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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옛날 이야기

산신령의 빗나간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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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 17종과 솔송나무, 섬잣나무 등의 침엽수가 8종, 한 지식물인 주목나무, 향나무 등 모두 총 575 종의 식물이 번식하고 있는 울릉도는 본토로부터 옮겨와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많아 망향에 어린 선설이 많으며 또한 작은 바위섬마다 그 모양에 걸맞은 흥미로운 전설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울릉도 서쪽 끝 태하동 서낭당에는 지금도 한 청춘남녀의 원혼을 모시고 있다. 그들에 얽힌 전설을 소개한다. 
아득한 옛날일이다. 동해에 김인우리는 안무사가 파견되어 있었다. 그의 임무는 매일 배를 타고 동해안을 순찰하는 것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몇몇의 부하들과 기생한 명을 데리고 나와 바람결에 배를 맡긴 채 태평스럽게 바다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잔잔한 바다 위로 난데없이 먹구름이 덮쳐오며 강풍이 몰아치더니 배의 돛 을 부러뜨리는 것이었다. 풍랑이 일며 배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거센 비바람에 요동을 치면서 갈피를 못 잡은 채 배는 표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3일을 망망대해 위를 떠돌던 배는 마침내 지금의 울릉도에 닿았다. 
바람은 멎고 하늘은 개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울릉도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무인도로 떠밀려오고 보니 일단 바다에 빠 져 죽는 불행만은 면했지만 살았다고 안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무사히 육지로 돌아갈 수 있는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밤이 되자 눈을 감았지만 걱정이 태산 같아 뒤척이다가 설핏 잠이 들었는데,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말했다. 
"나는 이 곳에 있는 성인봉의 산신령이다. 내가 그대에게 돌아갈 방법을 알려주겠다. 이 섬의 서쪽방향이 너희들이 떠나온 육지니라. 그러나 이 섬을 떠날 때 자손을 퍼뜨릴 수 있는 한 쌍의 남녀를 두고 가야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인즉, 그 점을 명심하 도록 하라." 
꿈이 너무도 생생하였기 때문에 안무사는 육지가 있는 방향이 서쪽이라는 사실을 믿 게 되었다. 용기를 얻은 그는 일행들을 채근하여 부서진 베를 고치도록 하였다. 옷자락을 이어 만든 돛을 매달고 조각난 배의 몸체는 풀뿌리로 단단히 엮어 간신히 배의 형상을 되찾게 되었다. 마침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이 적당히 불어 지체 없이 배를 띄우도록 하였다. 배에는 모든 사람이 타고 있었다. 안무사는 차마 남녀 한 쌍을 죽게 버려두고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이 잘못이었든지 배는 섬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풍랑을 만났 다. 엉성하게 복원되었던 돛이 부러지면서 배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원점으로 회귀하였다. 안무사는 산신령의 계시를 무시한 결과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남녀 한 쌍을 남겨두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일행 중 가장 나이 어린 병사와 유일한 여자인 기생에게 말했다. 
"같이 가서 성인봉계곡에 올라가서 마실 물을 떠오도록 하라." 
두 사람이 성인봉으로 올라갔을 때 안무 사는 배를 출발시켰다. 그 덕분인지 배는 무사히 육지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안무사는 한 번 항해를 했던 경험을 살려 해도를 작성한 후 섬을 찾아갔다. 혹시나 했지만 일 년 전에 남겨두었던 젊은 남녀는 백골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안무사는 산신령의 빗나간 계산 때문에 죽은 남녀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사당을 지었다. 그것 이 현 울릉도의 대표적인 사당인 태화동 서낭당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매년 2월이 되면 지금도 이곳에서 농사와 어업의 풍년, 해상의 무사를 위해 재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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