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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뇌는 정보 자체보다 정보의 위치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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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에는 ‘건망증이 심해지는 걸 보니

나도 알츠하이머에 걸린 게 아닐까’ 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점심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 못하면 ‘건망증’,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모르면 ‘치매’라는 구분법도 등장했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정말 치매 환자가 되는 것일까?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 일, 남들 앞에서 망신당한 일, 거짓말이 들통 나서 처벌받은 일등 등 생각만 해도 우울한 기억이 매일 밤 다시 떠오른다면 어떨까. 평소에도 표정이 어두워지고 신체기능도 저하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는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Seneca)는 고대의 시를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망각이 최고다.”

다행히 인간은 머릿속의 원치 않는 기억을 스스로 없애 마음의 평안을 찾는 능력이 있다. 오래된 기억은 저절로 흐릿해져 새로운 생활에 자리를 내어준다. 위로의 말을 건넬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도 ‘시간이 약’이다.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까지 지워져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건망증이다.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잠깐 사이에 기억이 사라지는 바람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탄식을 하게 만든다. 약속을 잡고도 까맣게 잊어버려 뒤늦게 부랴부랴 달려 나가거나,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온 집안을 뒤지는 것도 건망증으로 인한 피해다. 기억상실증이나 치매 같은 ‘기억력 장애’의 일종이지만 저장된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적인 내용과 연결된 선이 느슨해져 ‘분명히 밥은 먹었는데 무슨 반찬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상태가 된다.

 

 다행히 대부분의 건망증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뇌 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메모를 생활화하거나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처럼 숫자나 단어를 반복해서 외우는 습관을 들이면 쉽게 고칠 수 있다.

 

 건망증보다 무서운 질병은 ‘치매’다. 뇌의 세포와 신경이 심각한 손상을 입어 회복이 어렵고 인지기능까지 떨어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한자어 치매(癡)의 두 글자는 모두 ‘어리석다’는 뜻이며, 영어 디멘시아(Dementia)도 정신(Men)이 없어졌다(De)는 의미다.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다. 충격과 외상, 뇌혈관 이상, 전염성 질환, 파킨슨병 등이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알츠하이머(Alzheimer)도 치매를 일으키는 질병 중하나다. 건망증이 뇌 손상이나 질병에 의한 것이라면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있다. 치매에 걸리면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약물과 훈련을 이용한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치매’라는 말도 생겨났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느라 기억력이 나빠지는 증상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족과 친구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거나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운전하다가 경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여기에 해당된다.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구글 효과와 기억력(Google Effects on Memory)”이라는 논문은 ‘뇌가 아닌 다른 장소에 정보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기억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한 흔한 정보는 뇌에 저장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구글 효과’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대의 흐름은 정보의 내용을 기억하는 노하우(Know-How)에서 정보의 위치를 인지하는 노웨어(Know-Where)로 변해가고 있다.

 

 건망증 증세가 심각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왕년의 기억력만 믿고 암기를 게을리 하거나 대충 듣고 흘리는 태도가 원인일 지도 모른다. 걱정만 열심히 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당장 오늘부터 남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그 중에 기억할 만한 내용은 부지런히 외우자.

 

출처 : 행복한교육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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