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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옛날 이야기

옛 이야기(고전) - 이성계의 음모

위화도 회군의 성공은 벌써 고려조의 망국을 알리는 말이다. 우왕은 이성계의 세력에 눌리어 얼마 후 퇴위 당하고 다시 누구를 왕으로 세우느냐 할 때 조민수는 우왕의 아들 창을 내세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성계는 이때부터 왕을 자기 다음대로 누르려고 하여 자기편에서 가까운 사람을 내세우려고 하였다. 당시는 아직도 구신들의 세력이 남아있어 이성계의 힘을 견제하려고 하였다.
여기서 당대의 명유 목온 이색의 의견을 듣기로 하였다. 목은은 벌써 국세가 기울어진 것을 생각하였으나 역시 창을 내세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였다.
『왕을 계승시키려면 응당 전왕의 아들이 계승되는 것이 원칙이요』 목은이 말하자 조민수도 여기에 찬성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이성계이다. 그는 조민수를 보고
『우리가 회군할 때부터 다른 왕통을 세우려고 하지 않았소』
하며 반대의 의견을 말하였다.
『선왕의 아들로서 계승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원칙이요. 더구나 목은 선생도 그런 말씀을 하셨소.』
『그것은 조 시중이 무슨 딴 생각이 있어 하는 짓이 아니요.』
『무슨 말씀이요. 이미 정해진 것을 재론할 필요가 없소.』
이와 같이 되어 우왕의 아들 창왕이 나이 아홉 살로서 왕위에 올랐으며 동시에 어머니 되는 근비 이씨는 왕대비로 승격되었다.
그러던 중 우왕이 여주로 쫓겨나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여주 어느 시골에서 살게 되니 이성계에 대한 울분이 터질 지경이었다.
바로 창왕 원년에 김지와 정양영이 몰래 여주에서 고생하는 우왕을 만나보았다. 김지는 바로 최영의 생질로서 왕비 최씨와 가까운 친척이다. 왕은 반가이 맞이하여 들이며 여러 가지로 송도의 사정을 물어보았다.
『요새 서울의 형편은 어떠하냐.』
『근래는 이성계 홀로 세력을 부리고 있읍니다. 전날 권신들이나 원로대신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모두 개혁한다고 하여 전의 원로들을 모조리 압박하고 있읍니다.』
『둘도 없는 역적이구나. 나는 여기 울화가 나서 살수 없다. 이대로 있으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셈이 된다. 고려를 위하는 충신은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냐 』
『충의지사는 아직도 많이 있읍니다.』
『그러면 충성스러운 역사 몇 사람만 얻어다오. 한 칼로 이성계를 죽이겠다.』
『전하의 뜻은 알았읍니다.』
잠시동안 왕은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무릎을 탁 치며 좋은 계교나 난 듯이 좋아하였다.
『얘야 전부터 내가 신임하던 신하가 한 사람이 있다.』
『누구이오니까.』
『바로 곽충보이다. 내가 전부터 친근하게 지냈다. 네가 가거든 곽충보에게 내가 전하더라고 하며 이 칼을 내주어라.』
왕은 즉시 자기가 간직한 칼 한 자루를 김지에게 주었다.
김지는 이번 일이 성공하면 판서자리는 틀림없다고 생각한 후 즉시 송도로 올라와 곽충보에게 전하고 칼까지 주며 여러 가지 말을 하였다.
『판서대감 왕 전하의 간곡하신 부탁이요. 이성계를 제거하기만 하면 바로 왕비의 누이동생을 부인으로 드리며 부귀와 공명을 같이 누리자고 하옵니다.』
『전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소. 더구나 전날의 신하를 잊지 않으시고 특별한 부탁이오니 어찌 신자된 도리에 그대로 있을 수 있소.』
『장하신 일이외다.』
말을 다친 후 왕이 쓰던 보검을 주었다. 곽충보가 칼을 빼어보니 궁중에서 내려오던 좋은 칼이다.
김지가 돌아간 후 곽충보는 과거의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해보고 다시 지금의 형세도 살펴보았다. 자기로서는 현재 이성계의 편으로 지목되어 판서의 자리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나 만일 일이 실패되는 날이면 자기의 목은 달아날 것이 분명하다. 한번 목을 만져보는 순간 죽음의 공포가 솟아올랐다.
『큰일날 일이지, 지금 이성계의 힘을 당할 사람은 없는데 잘못 건드렸다가는 나만 죽지 않을까. 그보다도 김지가 역모한다고 고발하면 죽는 일이 아닌가?』
이러한 생에 대한 애착심이 생기자 곽충보는 다음을 슬쩍 돌려 이성계에게 내통하였다.
이러한 줄도 모르는 김지와 정양영은 곽충보가 봉기한다는 날 이성계의 집 근처에서 배회하였다.
벌써 내용을 알고있는 이성계는 그날 밤 김지와 정양영을 무난히 체포하고 다시 연루자 10여명도 모두 가두었다. 즉시 우왕은 강릉으로 멀리 귀양보내고 이성계는 자기의 말을 잘 듣는 부하들과 흥국사에 모여 우왕과 창왕은 왕씨의 자손이 아니고 신돈의 자식이라 하여 창왕까지 폐하기로 결정하고 우왕과 창왕을 처참하기로 모의하였다.
어명을 받은 지신사 이행과 정당문학 서균형 등이 강릉으로 내려가 우왕에게 처형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즉시 처형하라고 하였다. 우왕을 역적모의한 죄인으로 다루어 강릉의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서 처형하기로 하였다.
우왕을 처형한다는 날 사람들은 무슨 구경거리나 생겼는 것으로 알고 모여들었다. 이행이 왕의 죄를 논한다.
『신 우는 왕족이 아니고 신돈의 자식으로서 왕위를 모독할 때 많은 사람을 죽였다. 이제 그 죄로 주살하노라.』
말이 떨어지자 우왕은 여러 사람을 보고
『우리 왕씨는 용손이라 하였다. 나의 뒤쪽 어깨 밑에 비늘흔적이 네 개 있다. 그래도 왕족이 아니란 말이냐.』
큰 소리로 외친 후 웃통을 벗고 팔을 번쩍 들었다. 사람들은 정말인가 의심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과연 어깨 아래에는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래도 내가 신가냐?』
왕이 재차 소리지를 때 형리의 칼이 번쩍이며 용손의 머리는 날아갔다. 시체는 그대로 버려두었다.
왕비 최씨는 여기까지 같이 귀양왔다가 왕이 죽는 것을 보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였다.
그 근처 부인들이 구원해주어 겨우 살아났다. 최씨는 정신을 가다듬은 후 왕의 시체를 안고 추운 줄도 모르고 울었다. 그날 밤새도록 울고 다음날도 역시 울었다. 처음에는 그 근처의 주민들도 죄인을 대우해줄 수 없어 그대로 두었으나 너무 불쌍하여 밤에 몰래 부인들이 가서
『왕비마마 눈물을 거두시오. 음식을 조금 가져왔읍니다. 조금 드시오』
하고 권했다.
『죄인이 무슨 음식을 먹겠소. 도로 가져가시오.』
『그래도 잡수시고 살아나셔야 하옵니다.』
『고마운 말이오마는 나 홀로 살아서 무엇하겠소. 왕의 영전에나 놓아드리겠소.』
이러한 말로 자기보다도 역시 남편인 왕을 위하였다.
이러한 소문이 나자 다음날부터는 더 많은 음식물을 갖다가 바치었다. 그래도 최씨는 자기가 먹지 않고 여전히 왕의 영전에 놓았다.
십여 일간 이러한 지성을 들었으므로 모두 불쌍히 여기었다. 그 후 최씨는 어디로인지 행적을 감추었으며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이 들렸다.
우왕과 창왕을 신돈의 아들이라 하여 내쫓은 후 왕씨 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구하게 되었다. 그중 정창군은 이성계와 사돈간이 되므로 그를 내세우기로 하였다. 이때 정창군은 한가로운 시골살림을 하며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왕으로 내세운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너무나 뜻밖의 일이 되어 어찌할 줄을 몰랐다.
누구나 왕위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하며 심지어 피까지 흘리는 자리이건만 이미 늙은 정창군은 그런 생각조차 없이 두려운 마음이 앞을 섰다.
『권력을 가진 이성계가 이제 왕을 내쫓았으니 할 짓이 없어 나를 그 자리에 앉히고 권세를 휘두를 셈이구나. 고약한 놈.』
이러한 말로 뇌까려 보았으나 아무 힘이 없는 왕은 이성계의 힘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날 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근심과 눈물로 지냈다. ·
아침이 되자 아직도 정신이 혼몽한 중에 정양군 왕우가 군사를 대동하고 들어와
『형님을 모시러 왔소. 아마 곧 보위에 오르셔야 하오.』
『내 평생에 이만하면 의식이 족한데 너무 중대한 임무를 맡기니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다.』
『무슨 말씀이요. 왕씨의 종사를 이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자리는 네가 들어가 이으려무나 나는 싫다.』
『안되옵니다. 이 시중의 명령입니다.』
이 말에 그는 아무소리 못하고 다만 울고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왕우는 강제로 정창군을 모시고 개성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슬픈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나를 망국지주로 만들 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갈 때 좌우의 신하들이 면류관과 곤룡포를 강제로 입히고 장경전으로 모시었다. 거기에는 공민왕의 후궁이었던 아직도 나이 젊은 정비가 도사리고 앉아있다. 전부터 궁중 안에서 풍기를 문란시켰다는 정비는 왕에게 옥새를 내주며 사람을 시켜 왕을 봉한다는 교서를 읽었다.
그럴듯한 교문을 읽고 나서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그날 밤 정창군 즉 공양왕은 궁궐 안에서 처음 지내게 되는 날이다. 큰 궁궐이 어딘지 어색하였다. 궁성 안이 번화스럽고 호화로우며 아리따운 궁녀들이긴 치마를 잘잘 끌고 다닌다고 하지만 마음에 없는 왕위에 오른 왕으로서는 쓸쓸할 뿐이었다.
국내에서 생긴 일은 명나라에 즉시 알려졌다. 그중 이성계에 대한 불평을 품은 이초는 명나라에 들어가 하소연하였다.
『고려의 이성계는 정창군을 세워 임금을 만들었소. 정창군은 고려의 종실이 아니고 이성계의 인척이요. 왕과 이성계는 장차 명나라를 범하려고 하였소. 이때 이색이 불가하다고 하자 그들은 이색 이하 문치파를 살해 혹은 귀양보냈소. 바로 쫓겨난 재상들이 신을 보내 상주케 하였소. 폐하 즉시 친왕이 지휘하는 군사를 보내 치도록 하시오.』
이것 역시 이성계 정권에 대한 불신의 하나이었다.
이 때문에 이색 등 학자들은 청주 옥에 갇히게 되었으나 때마침 청주에 때아닌 홍수가 범람하여 이색 등 원로들은 석방되었다.
그밖에 조준의 전제개혁으로 공사의 토지문서를 전부 태워버리고 다시 이성계 일파 중심으로 토지를 차지하도록 함에 왕은 눈물을 흘리며
『조종조 이래 사직의 법이 과인의 대에 와서 이렇게 되었구나』
고 한탄하였다.
왕은 완전히 무력화하여 신진 무사계급과 이성계 일파만이 마음대로 정권을 농락하였다.
공양왕 4년에 태자 석이 명나라에 들어갔다가 돌아오게 되었다. 이성계는 국가의 원훈으로서 황주까지 마중나갔다. 세자일행을 맞이한 후 오래간만에 수렵할 생각이 있어 해주 근처에서 사냥하였다. 백발백중하는 이성계의 솜씨이다. 날으는 꿩 뛰는 노루 등은 문제없이 잡았다. 말을 타고 이리저리 달릴 때 말이 껑충 뛰는 바람에 고만 그 자리에서 낙마하였다.
『내가 아직까지 낙마한 일은 없는데 벌써 정치하느라고 여러 해 말타기를 놓았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구나.』
한탄하며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걸음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허리를 단단히 다쳤다. 즉시 부하들에게 부축 받아 해주관아에서 잠시 치료받고 있었다.
이성계가 낙마하였다는 소식은 송도 장안에 퍼졌다.
『이성계도 늙어서 전만 못하구나.』
『장차 나라를 뒤집을 사람이 낙상했다 하니 정도전 등 일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걸.』
모두 불길한 말이었다.
정몽주는 9공신의 한 사람으로 친명파의 거두이다. 전날 권신들이 득세 하에 세상을 마음대로 흔드는 것이 마음에 맞지 않았다. 결국 우왕 때 전부터 내려오던 권신 이인임이나 최영이 없어지자 이성계 일파의 권신이 다시 생겼다. 더구나 같은 학문의 길을 닦고 있는 동료 정도전은 고려의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이 개혁한다고 하였으나 그는 결국 이성계의 세력을 들고 나와 새 세상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것도 역시 자기 마음에 맞지 않았다.
어느 날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자기 집에서 연회를 열고 정몽주를 청하였다. 이방원은 젊은 사람으로서 고려말에 성행하던 성리학을 많이 배우고 있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이방원은 은연중 포은의 마음을 떠보기로 하였다.
『포은 선생 어서 술을 드시오』
하며 한 잔 권했다.
『많이 들었소.』
『그래도 더 드시오』
한 후 이방원이 노래를 불렀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성황당 뒷담이 무너진들 어떠하리.
우리들은 이와 같이 죽지 않으면 되리.

포은은 노래를 듣고 나서 좋은 시라고 칭찬하며 자기도 한 수 불렀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다시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야 있건 없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치리 있겠소

이로써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을 알고 헤어졌다.
한편 이성계는 교군을 타고 해주에서 벽난도까지 들어왔다. 이방원이 즉시 벽난도로 나가 이성계를 보고
『아버지 큰일났읍니다. 조정에서 정도전, 남은, 조준 일파를 몰아내고 있읍니다』
하며 빨리 서울로 들어올 것을 말하였다.
『누가 그 사람들을 내보냈느냐.』
『전부터 우리 집과 좋지 않던 정몽주 일파가 한 짓이오.』
이성계는 아무소리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래도 이방원은 일이 급하다하고 밤으로 서울로 모시고 들어왔다.
이성계가 서울에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왕은 사람을 보내 돈과 비단 등속을 내보냈다. 아직도 그의 등허리는 완쾌하지 않았다. 서울의 인심은 흉흉하였다.
『이성계를 임금으로 내세운다지.』
『조준, 정도전, 남은 등이 허수아비 왕을 치우고 새 임금을 맞이한다는데.』
이러한 말은 전부터 내려온 말이지만 이때 더욱 어지럽게 소문이 떠돌았다.
한편 이성계 편에서도 이방원이 중심이 되어 이성계를 추대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성계의 형 이원계는 벌써 이성계의 야심을 알고 언젠가는 나라를 뒤집을 듯한 기백을 알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이원계의 사위 변중량이 장차 이성계가 일어난다는 말을 정몽주에게 전하였다. 여기서 정몽주는 미구에 세상이 변할 것을 짐작하였다.
그래도 정몽주는 이성계가 서울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하러 나섰다. 이성계의 집에 문병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거의 선죽교에 이르자 조영규가 나섰다.
『대감 어디 갔다 오시오.』
『어』
대답할 순간 위에서 누군가 철퇴를 던졌다. 정통으로 맞으며 대번에 죽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 철퇴는 말 등성이를 친 것이다. 이 바람에 말이 껑충 뛰었다. 정 포은은 낙마하였다. 다음 순간 다리 밑에서 괴한 세 명이 뛰어나왔다. 동시에 칼을 들어 포은을 갈기었다. 몸에 촌철을 지니지 않은 포은은 다만
『에쿠』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포은은 선혈을 흘리며
『어느 놈의 짓이냐』
하고 겨우 한마디 한 후 저 세상으로 향하였다.
공양왕은 정 포은이 피살된 후 전도가 더욱 암담하였다. 언제 어떻게 이성계 손에 죽을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불안과 공포에 싸인 왕은 목숨이라도 유지하려고 이방원과 조용을 불러들었다. 왕은
『나는 장차 이 시중(이성계)과 동맹코자 하오. 경 등은 나의 말을 시중에게 전하고 그 말을 들어 맹서를 초해오도록 하라. 아마 그런 고사가 있을듯하오』
하며 매우 초조한 말로 급히 서두르고 있었다. 조용은 매우 난처한 모양이다.
『열국이 동맹하는 일은 있지만 임금과 신하간에 동맹하는 일은 없소이다.』
『그래도 서로 동맹한다는 말만 적어두면 되지 않는가.』
『어의대로 행사하겠나이다.』
조용은 기가 막히었다. 왕은 얼마나 자기의 위치가 무서운지 이러한 일이라도 맺어놓지 않으면 안심치 못할 처지에 놓였다. 할 수 없이 다음과 같이 초하였다.
『경이 없으면 내 어찌 이 자리에 있겠소. 경의 공과 덕을 내 어찌 잊겠소. 황천후토가 위에 있고 옆에 있다. 세세자손은 서로 해치지 않도록 하라. 내가 경에게 바라는 바는 이 맹세와 같은 것이오.』
왕은 조용히 바치는 글을 보고 잠시동안 묵묵히 앉아있다가
『그만하면 되었소』
하며 만족히 대하였다.
이러한 동맹조약을 체결하려고 이성계 집으로 행차코자 하였다. 밖에는 벌써 의위를 갖추고 장차 행행코자 하였다. 백관이 늘어서 있는 중에 미리 연통한 우시중 배극렴이 왕대비전으로 들어가
『지금 왕은 혼암하여 군도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니 생령의 주가 될 수 없소 폐위시키시오』
하며 강제로 전왕을 폐지하였다. 이 조서를 남은과 정희계가 가지고 왕이 장차 행행하려던 별궁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왕의 그 동안의 여러 가지 죄를 말하며 우부대언 한상경을 시켜 교서를 읽게 하였다.
왕은 또 한번 눈물을 흘리고 원주로 쫓겨났다.
이로써 고려는 4백 75년(918∼1392)만에 멸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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