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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옛날 이야기

옛 이야기(고전) - 원효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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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석공주는 신라의 태종 무열왕의 마님이다. 무열왕의 이름은 김춘추이며 그의 아내는 김유신 장군의 누이동생 문명부인이다.
보름달처럼 둥그스럼한 얼굴에 눈이 가느스름하면서도 영롱히 빛나는 요석공주의 이름은 아유타이다.
아유타는 화랑도의 한 사람인 건진랑에게 시집간지 사흘만에 과부가 되어 친정에 돌아와 지냈다.
아직 나이도 젊으려니와 그녀는 명랑한 성품에 음성이 매우 고왔다.
그러한 아유타는 아무도 모르게 누구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으니 그는 곧 원효대사였다. .
헌데 이 원효대사를 은근히 사모하고 있는 사람은 아유타 뿐이 아니라 나라의 지존이신 선덕여왕도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선덕여왕은 어느 비오는 날 조용한 자리에서 원효대사를 만났다. 그곳에는 아유다가 혼자 여왕을 모시고 있었다.
왕은 아유타를 이윽히 바라보시더니 웬일인지 애조띤 말씨로 원효대사에게 엉뚱한 말을 던졌다.
『대사…이 몸은 의로운 사람이 아니오.』
『무슨 말씀이시온지…』
『이 몸은 외로운 사람이 아니겠소.』
『지상지존하신 부처님처럼 외로운 자리에 계시는 대왕이시니 어찌 외롭지 않사오리까 하오나 그것은 당연하신 고고이신줄 아옵니다.』
『허나 대사…이 몸은 그러한 고고 이외에 또 외로운 것이 있다오.』
여왕의 눈에는 여성의 애원하는 빛이 분명했다. 원효대사는 그 말뜻을 잘 이해하고 응당 있을 수 있는 외로움이라고 생각되어 좋은 말로 위로를 드리었다.
그럼에도 여왕은 『이 몸과 저 아유타는 지난 5년동안 남모르게 대사를 사모하여 왔오. 아유타가 이 몸보다 대사를 더 위할 때 이 몸은 질투까지 느꼈소. 그러나 그것이 다 인연이 아니겠소.』
원효대사도 놀랐다. 왕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히 깨달은 것이다.
이때 아유타는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했다.
밤이 깊어 원효대사가 대궐을 물러나간 뒤 아유타는 왕의 명을 받들어 잠을 같이하였다. 그러나 왕도 아유타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유타 더 안자느냐?』
『예. 잠이 안 드옵니다.』
『왜…대사를 생각하고 있느냐?』
『……』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역시 그러하구나.』
왕은 아유타의 손목을 잡는다. 왕의 손이 몹시 뜨거웠다.
『마마, 전의라도 부르오리까?』
『아니다. 별일 없느니라.』
이런 일이 있은후 왕은 병기가 있더니 회생하기 여려울만큼 침중해졌을 때 왕은 아유타를 불렀다.
『내가 죽은후 네가 대사를 잘 돌보아 드려라.』
『예, 그러하오이다.』
선덕여왕이 승하하시니 그 뒤를 이어 진덕여왕이 왕위에 오르셨다. 그러자 즉위한지 8년만에 승하하시니 그 뒤를 이은 임금이 바로 아유타의 아버지이며 신라에서 유명해진 태종무열왕이다.
그 다음부터 아유타는 요석공주로 군림하여 요석궁에 거처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무 부러울 것이 없이 지내는 요석공주는 자나깨나 일구월심 잊으려해도 잊을 길이 없는 원효대사를 향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리하여 분황사에 거처는 원효대사를 따라 다니면서 염불까지 하였다.
한번은 요석공주가 정성으로 손수 지은 옷 포의일습을 보낸 일이 있으나 원효대사는 거들떠보기조차 않았다. 뿐 아니라 분황사에서의 번뇌라 하여 다른 절로 옮기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요석공주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두고보자 그냥 물러서지는 않을 테야!』
어느날 부왕이 모후와 왕자, 그리고 김유신 장군까지 데리고 요석궁에 납시었다.
아무리 부녀지간이라 해도 어려운 행차인데 특별히 가련한 요석공주의 청을 받아들여 여기까지 납신 것이다.
공주는 큰절을 올리고 한편에 물러앉았다.
왕은 이미 설흔이 넘은 공주가 이렇게 요석궁에서 외로이 지내고 있는 것을 볼 때 마음이 극히 괴로우셨다.
주안상을 가운데 놓고 김유신과 더불어 한잔 두잔 나누다가 공주에게 술잔을 건네주시며,
『아가, 한불손에게 술을 따라 올려라.』
하셨다. 한불손은 김유신인 동시에 공주의 외삼촌이시다, 그러기 때문에 공주는 어디까지나 김유신을 외숙으로 모시는 외에 별 뜻이 없었다.
공주는 잔을 올리며
『외숙, 드시와요.』
하고 권하였다.
그러나 왕은 이 말한마디에 그만 실망하고 말았다.
사실인즉 왕은 과부인 딸을 김유신에게 주고 싶었고 김유신도 그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그 마음에 금이 간 것이다.
몇달뒤 요석공주는 대궐로 들어가 부왕을 모시고 여러가지 하문하시는 말씀을 들을 수가 있었다.
이때 왕은 이렇게 물으셨다.
『너 지금 무엇이 소원이냐?』
『별로 없사와요. 다만 상감마마께서 만수무강 하옵시길 바랄 뿐이와요.』
『아니다. 나는 그런 대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니 네가 꼭 마음에 품고 있는 소원이 있을테니 그것을 조금도 거짓없이 말해 보아라.』
『일러드릴 소원이 못되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애비 앞에서 말못할 소원이 어디 있단 말이냐. 어서 시원스레 말해 보아라.』
요석공주는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이 몸의 소원은 우리 나라에서 으뜸가는 사내에게 시집가서 으뜸가는 아기하나를 얻고 싶은 생각이 있을 뿐이옵니다.』
이렇게 아뢰었다.
왕은 처음에는 놀라시다가 나중에는 웃음을 띠우며,
『오냐, 좋다. 네 의중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네 소원대로 이루어줄 터이니 어서 말해보아라.』
이때 모후도 재촉했다.
『그래 어서 말해 보아라.』
『모처럼 물으시니 진정 아뢰오이다. 이 몸의 일념에 품은 사람은 바로 원효대사이옵니다.』
『뭐, 원효대사?』
왕도 왕후도 똑같이 놀래셨으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시었다.
그러나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 아무리 공주의 소원이라 해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원효대사는 지극히 도도한 중이었다. 그는 마음에 있는 일이라면 수하를 가리지 않고 행하지만 마음에 없는 일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안하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결혼이라는 것은 중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더욱 난처했다.
그러나 왕도 왕후도 원효를 사위로 맞고 싶은 생각이 요석공주 못지 않았다.
그리하여 왕은 김유신을 통하여 원효대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여러가지 수단을 써 보았고 심지어는 원효대사의 심중을 떠보기 위해 문무사에 있는 원효에게 많은 선물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원효대사는 장차 자기 신변에 무슨 시험이 닥쳐오리라는 예감이 들어 빙긋이 웃으며 그 화려한 선물들을 모두 사중의 승려들에게 나누어주고는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어느날 원효는 술에 만취하여 갈지자걸음으로 휘청휘청 아리내 개울가에 이르렀을 때 마침 앞길에서 불빛이 점점 자기 앞으로 다가옴을 보았다.
『거 누구시요?』
하며 다가온 관원들은 그가 원효임을 알자
『이몸은 요석궁의 대사이온데 대왕의 칙명을 받들고 이곳에 대령하여 있다가 원효대사님을 만나거든 곧 모시고 오라는 분부이셨소. 어서 거시(두 사람이 맞드는 가마의 일종)에 오르시오.』
하며 앞길을 막았다.
『상감마마께서 나같이 주정뱅이 중놈을 무슨 소용있다고 부르신단 말이요? 또 설사 그렇기로서니 아닌 밤중에 다리목까지 사람을 보내어 지키랄 까닭이 뭐겠소. 그러하니 술취한 중을 희롱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시오.』
원효의 태도는 극히 도도하였다.
실인즉 대왕께서 사람을 여기까지 보낸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최근에 원효대사가 지은 오언시한 구절에 내포된 뜻이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내게 주어 나로 하여금 도끼 자루가 되기를 허한다면 내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으리라.
상감마마는 이 시의 뜻을
이제 누가 나에게 딸을 주어 장가들게 한다면 나는 그 몸에서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슬기로운 아들 하나를 얻을 수 있으련만.
이렇게 해석하였다.
『그러면 이 기회에 내 딸을 원효에게 맡기자.』
그리하여 관원들에게 원효의 출입을 살피게 하다가 이날 밤 요석궁 대사를 이곳까지 보냈던 것이다.
허나 원효는 만만치가 않았다. 더구나 그는 힘도 장사였다.
그렇다고 지금 원효를 그대로 돌려보낸다면 자기들은 살아 남지 못함을 아는 관원들이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한참 싱갱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원효의 힘을 당하는 자는 없었다. 장정들은 하나하나 개울에 빠졌다.
이때 하는 수 없이 대사들은 원효의 몸에 올가미를 씌웠다.
『원효대사님, 용서하시오. 대사님을 모셔가지 못하면 이놈들의 모가지가 붙어 있지 못하오.』
허나 원효가 한번 힘을 줄 때마다 올가미는 뚝뚝 끊어졌다.
그러더니 원효는 물에 첨벙 뛰어들어
『어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하며 먼저 물에 빠진 관원들을 붙들고 물장난을 하였다.
이때 요석궁 대사는 한가지 꾀를 생각해 내었다. 그것은 모두 물에 들어가 원효대사의 옷을 찢어 버리기로 한 것이다.
결국 원효대사는 알몸이 되어 할 수없이 거시에 올라타고 요석궁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된 이상 원효도 절간에 간 색시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요석공주가 시키는대로 하였다.
요석공주는 원효를 인도하여 몸을 깨끗이 씻겨 드렸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하였던 화려한 옷을 입히고 조용한 방으로 인도하여 단둘이 마주앉게 되었다.
『오늘밤 이 몸은 대사님을 대사님으로 모시고 싶지 않사오니 오직 한 분의 백의로서 일편단심 바라옵고 십년 소원을 풀어 주세요.』
그리고 공주는 날이 시퍼런 비수를 꺼내 보이며
『이 밤이 샐 때까지 만일 대사님께서 오지 않으시면 이몸은 이 칼로 목숨을 끊으려 했나이다』
그러나 원효대사는 말이 없었다.
요석공주는 밤이 깊도록 만리장성처럼 긴 애소를 하였다.
선덕여왕을 질투해가며까지 대사를 사모하였더라는 말과 전날 마음먹고 보내드린 모란과 옷은 거들떠보지도 않으셨다는 전갈을 받고 대사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고 고백하면서 울었다.
『이 젖을 먹고 자라날 수 있는 아기는 반드시 장차 이 나라에 없어서는 아니될 기둥이 될 것이요. 대사님께선 이 몸을 음탕한 계집으로 오해하실지 모르오나 이 몸은 다만 이 나라에서 가장 거룩하신 분을 남편으로 모시고 아기 하나만 얻는다면 너 큰 소원이 없사옵니다. 지금 이 몸이 비록 불민하나 대사님을 따라 일의전심 불도를 닦는다면 이 몸도 최후에 야유타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 아니어요.』
그러나 이때까지도 원효대사는 한 마디 말도 않고 잠잠히 공주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허나 공주의 뜻을 배척할 마음은 없었다.
이런지 사흘이 지나고 보니 이제 원효대사는 여자를 몰라보는 그런 중은 아니었다. 보통인간으로서 여자를 품에 안고 사랑을 주고받는 일개 새서방이 된 것이다.
『공주, 나는 이 세상에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제 처음으로 알았소.』
하고는 요석공주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그러나 원효대사는 이제 보잘것없는 파계승은 되었을망정 요석궁에서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그는 요석궁을 떠나면서,
『공주는 덕이 높은 여인이시니 아기를 낳는다면 반드시 그 아기는 이 나라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 되어줄 것입니다.』
한편 요석궁에서 원효대사가 파계하였다는 사실을 아신 왕은 무척 기뻐하셨다.
『그것 참 잘 되었구나, 정말 네가 큰 소원을 이루었구나. 그래 그 뒤는 어찌되었느냐?』
『사흘동안만 머무시고 떠나갔읍니다.』
『아니 그러고는 소식이 없단 말이냐?』
『예, 그러하옵니다.』
이때 공주의 모후는 공주가 이미 달달이 있어야 할 것이 없으며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을 하면서 입맛이 없어한다는 사실을 왕께 아뢰었다.
『오, 그럼 태기로구나--. 기왕 낳으려면 아들을 낳아야지 응?』
『아들을 낳는다면 이 나라에 복된 아들일테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그러나 요석공주는 아이를 낳아 얼마쯤 지나면 원효를 찾아가리라 굳게 마음다지고 있었다.
몸이 점점 무거워올수록 공주는 원효가 그리웠다. 더우기 아기가 뱃속에서 놀 때는 더욱 보고 싶었다. 드디어 요석공주는 옥동자를 낳았다. 기쁨에 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더욱 미치도록 원효가 보고 싶었다.
『어 참 잘생겼다. 이 나라의 복동이로구나.』
왕도왕후도 애기엄마 못지 않게 기뻐하셨다.
『상감마마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 지으오리까?』
『그렇지. 이름을 지어야지.』
한참을 생각한 뒤 왕이 지은 이름은 설총이다.
그후 요석 공주는 아기가 자라 기어다닐 때쯤해서 어디에 가 계신지도 알수 없는 원효대사를 찾아 나서 기어이 원효와 상봉할 수 있었다. 그 뒤로부터는 죽 원효대사와 같이 있었다.
원효는 공주를 만나 스스로 파계한 후로는 소성거사로 자칭하면서 속세의 복장을 하고 마을에 다니다가 우연히 한 광대가 괴상한 박을 가지고 춤과 여흥을 벌리는 것을 보고 그와 같은 물건을 만들어 화엄경의 일체무애 일도출생사에서 무애를 따라가 노래를 지어 춤추고 노래하여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녔다.
요석공주와 원효대사 사이에 난 설총은 관연 신라 삼문장(강수 설총 최치원)중 한 분이고 신라 십현의 제1인자인 동시에 이두법의 창시자로 그 이름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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