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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물참나무 - 진실로 나무다운 나무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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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잎과 열매의 생김새로서 구별이 된다. 잎이 넓은 것 좁고 긴 것, 잎의 톱니가 날카로운 것, 무디게 둥근 것, 잎 뒤에 털이 있는 것 없는 것, 열매가 일 년 만에 익는 것, 두 해만에 익는 것, 열매를 담고 있는 종지(殼斗 cup)의 인편이 긴 것 짧은 것 등 그 차이가 구구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것을 따져 종류를 구별한다.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WEBZINE>

우리나라 나무의 대표를 들라하면 참나무(oak)를 말해야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우리나라의 숲을 그냥 두어 오랜 세월이 지난다면 그때에는 우리나라 산의 대부분이 참나무 종류로 덮이게 되는데 이유가 있다. 이것은 온대 지방을 두고 말하는 것이고 사실 우리나라는 온대지방에 해당하는 면적이 무엇보다도 넓기 때문이다.
일본의 온대림 같으면 너도밤나무가 우리나라의 참나무처럼 그곳의 대표 수종으로 된다. 유럽의 온대지방으로 말하면 너도밤나무와 참나무 두 가지 종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참나무는 행세하는 것들이다. 이와 같이 참나무가 기세가 있는 이유는 열매가 굵고 그 안에 수분과 양료를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곧은 뿌리를 내리는 데 있다. 그뿐만 아니라 커서는 나무껍질이 두텁게 되어 산불에도 강하고 추위에도 강하다는데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봄철 날이 가물어도 참나무 종류의 열매는 그 안에 들어있는 수분만으로도 당분간은 뿌리를 내리고 커갈 수 있다. 뿌리가 곧게 깊게 아래로 뻗어나간다는 것은 땅 속의 물을 이용하는 데에는 가장 잘 어울리고 살아가는데 알맞은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참나무 묘목의 뿌리는 굵고 그 안에 수분과 양분을 항상 많이 저장해서 좋지 못한 환경이 올 때에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예비하는 슬기가 있다.
산불이 나서 모두 나무의 줄기가 검게 타도 참나무류의 줄기에서는 늦게나마 새싹이 나와 죽음을 면하게 된다. 땅을 기름지게 하는 나무로써는 참나무가 으뜸간다고 해도 좋다. 참나무 종류의 잎이 땅에 떨어지면 이내 썩게 되고 그 잎은 땅을 걸게 하는데 큰 힘을 나타낸다. 그래서 스스로 살아나가는 터전을 더욱 비옥하게 만든다. 이렇기 때문에 참나무류가 한번 어떤 땅에 들어서게 되면 그곳에서 오래오래 행세를 하게 된다.
그리고 줄기의 목재는 단단하고 결이 고와서 오래가고 긴 수명을 누릴 수 있다. 많은 도토리를 맺어서 다람쥐, 곰, 토끼 등 각종 산짐승의 식량을 제공한다는 것은 참나무류의 큰 선심으로 보아야 한다. 산짐승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중국의 이야기이지만 진서에 혜제의 행차 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따라와서 남쪽 땅에 이르렀을 때 양식이 떨어지게 되어 모두들 먹지 못해서 기아에 허덕일 때 참나무 열매를 주어서 먹고 허기를 면했다는 것이다.
轉入南中 糧絶 饑甚 拾橡實食之(전입남중 양절 기심 습상실식지.)
이것은 도토리가 많은 사람들에 구황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참나무류는 인류의 깊은 관심거리가 되었다. 유럽 온대림 지역의 켈트 문명 중 그들은 소위 켈트 달력(The celtic Calendar)을 만들었는데 달마다 식물의 이름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화투도 나무이름으로 달을 나타내고 있는데 가령 정월 솔, 이월 매조, 삼월 벚나무, 시월 단풍 등 하는 것이 그것이고 나무가 시절을 대표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만 팔월의 공산에는 나무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십이월의 버드나무에 비 오는 광경은 좀 빠른 느낌이 든다.
켈트 달력을 보면 음력으로 따지고 있는데 1월 자작나무, 2월 마가목 3월 물푸레나무, 4월 오리나무, 5월 버드나무, 6월 산사나무, 7월 참나무, 8월 호랑가시나무, 9월(윤달) 개암나무, 9월 포도나무, 10월 담쟁이, 11월 부들, 12월 딱총나무로 되어 있다. 이 중 참나무가 가장 더운 7월의 상징으로 되어있는 것은 7월이란 가장 생리가 왕성하며 생산적이며 에너지는 어느 달보다도 절정에 이르고 있기에 굳세고 힘차고 생산적인 참나무는 가장 7월에 어울린다. 굵은 줄기 굳센 가지 빽빽하게 땅을 덮는 잎은 그 어느 다른 달로 넘길 수 없다. 켈트 문명이 훌륭했지만 그 이면에 한여름을 참나무로 내다본 지혜에 큰 관심을 가져본다. 동양에서는 칠월을 홍싸리로 느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싸리 꿀이 흐르기에 그런 것일까.
나는 어릴 때 옛날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다. 전설이라던가 신화 또는 옛날이야기가 많은 사회, 마을, 가정은 행복하다. 장화홍련, 심청 그리고 별순이 달순이야기는 수없이 되풀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신기했으며 싫증이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별순이 달순이 이야기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인데 그 어머니가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난 그 장소의 상황설명이 마음에 걸린다. 우거진 어두침침한 숲 속에서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다가 별안간 나타났다. 그때 그 숲을 만들고 있던 나무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굵은 소나무도 격에 맞을 것 같지는 않고 밤나무도 그러하고 아무래도 물참나무의 숲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나무류 중에서 물참나무는 가장 크게 자라는 나무의 하나이고 기록에 따르면 높이 30m 줄기직경 1.7m 되는 것이 있어 물참나무가 어느 정도로 크게 되는 것인지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지방에 더 많이 난다.
억센 줄기와 가지로서 여름에는 땅 위에 그늘을 내리고 겨울이면 잎이 떨어져 땅에 눈을 쌓이게 해서 원시적이면서 그곳의 평화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물참나무는 추운 산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설과 옛날이야기가 그곳에서 생겨나는데 어색함이 없다. 그래서 별순이 달순이네 집도 물참나무 숲에서 멀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참나무는 흔히 나는 신나무와 매우 닮아서 신갈나무의 변종으로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한다. 잎자루가 짧아서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잎 밑(葉底)이 귀뿌리처럼(耳脚) 처지는 모양을 나타낸다. 신갈나무에 비해서 잎의 톱니가 더 날카로운 편이고 톱니가 더 깊게 파여 있다.
떡갈나무의 열매 종지의 인편은 털처럼 깊게 자라지만 물참나무나 신갈나무는 그렇지 않고 소위 용골상이라 해서 압착되어 있다. 왜 길고 왜 짧으나 하는 것은 문제도 될 수 없고 모두 늘 제 나름대로 입맛 탓이다.
참나무 종류에는 그 수가 많고 또 다른 종류와 혼인이 잘 이루어져서 튀기가 많이 생겨난다. 그래서 참나무 종류는 대체로 그것을 분명하게 구별하기가 다른 나무들에 비해서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많은 신갈나무를 우리는 하나의 뚜렷한 종으로 내세우지만 어떤 사람은 신갈나무는 물참나무와 떡갈나무 사이에 만들어진 튀기라고 쓰고 있다. 신갈나무는 몽고 지방과 중국 북부지방, 우스리 지방까지 퍼져있고 그곳에는 물참나무는 없다. 이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북쪽에 많은 신갈나무가 물참나무와 떡갈나무의 튀기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도 생겨난다.
책에 보면 졸 갈참나무, 떡 신갈나무, 떡 졸참나무, 신떡 갈나무, 갈졸참나무 등이 있는데 이러한 이름은 모조리 두 가지 종류의 이름을 모아서 붙여진 것이고 그 사이의 튀기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암시해준다. 이러한 것을 학문적으로는 추정 잡종(putative hybrid)으로 말한다. 그 뜻은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밝힌 것은 아니나 모든 외관상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두 종류 사이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할 때 이러한 관찰 경험을 토대로 해서 단정한 튀기를 말한다.
동물에 있어서는 종이 다르면 일반적으로 그 사이에 튀기가 생겨날 수 없다. 가령 까치와 마귀 사이, 고양이와 호랑이, 사람과 원숭이 이러한 사이에는 튀기가 생겨나지 못한다. 늑대와 개 사이 또는 돼지와 산돼지 사이에는 무엇이 나타날까?
그런데 참나무류 사이에는 혼인이 너무 잡다스럽게 이루어져서 좀 유치한 면이 있지만 진화라든가 적응이라든가 하는 수단으로써는 뛰어난 재주이고 방편이라 이러한 것도 아마 참나무류가 세력을 가지게 되는 큰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물참나무가 다른 참나무 종류와 모여서 우거진 숲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물참나무들만이 모여서 숲을 만들기도 한다. 나무이름으로 『물』자가 옆에 붙는 것이 꽤 많다. 가령 물개암 나무, 물박달, 물오리나무, 물자작 나무, 물갬 나무, 물황철 등이 그것인데 물참나무의 경우는 목재에 비교적 많은 물기가 있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을 얻었다.
물참나무는 봄에 왕성한 사람을 할 때 줄기 속에 큰 도관을 만든다. 도관이란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을 위로 운반하는 길인데 다시 말하면 상수도관에 해당하는 것이다. 봄철에 이것이 만들어지고 그 뒤부터는 갑작스럽게 매우 작은 도관을 만든다. 작은 것은 여름철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름에 계속 자람을 하게 되면 도관의 부분이 거의 없어서 결국 그 나무는 무거운 목재를 만들게 된다. 다시 말해서 땅힘이 좋고 물기가 있어서 잘 자라는 물참나무의 목재는 무겁고 반대로 메마른 땅에서 어렵게 자라는 물참나무의 목재는 봄철의 굵은 도관이 주로 차지하게 되어서 가볍게 된다. 이왕이면 무거운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봄철에 만들어지는 굵은 도관이 모여 있는 목재의 부분을 공권이라고 부른다. 참나무류의 도관은 굵기 때문에 육안으로서도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
도관이라는 파이프 속에는 때로 물질로서 충만하게 되는데 이것을 타이로시스라고 말한다. 수도관의 내부 벽면에 붙어있는 덩어리인데 이것이 우리에게는 쓸모 있는 것이 된다.
서양에서는 위스키 같은 양주를 성숙시킬 때 물참나무와 같은 나무로 술통을 만들고 그 안에 술을 넣어 오랫동안 보관했다가 마신다. 이와 같이 하면 도관 안의 타이로시스가 술에 녹여 나서 술맛을 돋워주고 술의 품질에 큰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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