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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옛날 이야기

옛 이야기(고전) - 명당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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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을 한 사나이가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다.
그는 최씨라는 풍수지리에 능통한 풍수사였다.
풍수사였기 때문에 갑자기 돌아가신 선친의 무덤을 아무데나 쓸 수는 없었다.
어디엔가 있을 소위 명당 자리를 찾아 벌써 며칠을 이렇게 산 속을 헤매고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당을 찾기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터득한 풍수지리설을 가지고도 그렇게 쉽사리는 명당자리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힘없이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을어지 오래였다.
「오늘도 허사였구나」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운명한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을 선친의 시신을 생각하니 초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한 생각 같아선 아무데나 모실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그의 풍수사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고 만 그는 아내를 룰러 이렇게 말했다.
「여보, 우리 고장에는 좋은 명당자리가 없으니 멀리 떠나볼까 하오.」
 「멀리 떠나시다니, 아버님의 시신은 어떻게 하고 또 어디로 떠나신마하오?」아내의 이런 질문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마당에 와서 그냥 주저앉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동안 두루 돌아다니면서 살펴본 결과, 임금이 태어날 맥이 틀림없이 우리나라 안에 있다는 걸 알아내었소.」
 「아니 그게 정말이어요?」
 「그래서 우선 그 머릿산이 어느 곳인지를 알기 위해 높은 오대산 꼭대기엘 올라갈 작정이오.」
 「하지만 오대산은 무척 험하다는데 괜찮겠어요?」
오대산하면 산줄기가 험할 뿐만 아니라, 호랑이 맹수들이 출몰하는 무서운 산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뜻을 꺾을 그가 아니었다.
「여보, 아버님만 명당자리에 모시면 장차 우리 후손들이 큰 벼슬이든지 왕이 될 터인데, 그까짓 험한 산길쯤 무슨 상관이오.」
그러면서 그는 미리 보자기에 싸 놓은 물건을 허리에 두르는 것이었다.
그 길로 떠나려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건 뭔데 불록하니 흉하게 허리에 두르고 가오?」
기이한 생각이 들어 아내가 물었다. 그러자 풍수사는 한참 머뭇거리마 하는수 없다는 듯 맡을 했다.
「응! 이, 이건 아버님의 두글이오.」
 「옛 !뭐라고요?」
너무나 끔찍한 말에 아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결심한 바가 있는지라 이렇게 아내를 타일렀다.
「명당자리를 찾기만 하면 그 즉시 아버님의 두골을 그 곳에 모시려고 몸에 지니고 가는 것이니, 과히 꺼름직겔랑 생각하지 마오.」
남편의 말을 듣고야 아내는 비로소 납득이 간 듯 서둘러 길 떠날 차비를 해주었다.
이리하여 풍수사는 아내를 홀로 집에 두고 먼 길을 떠나 오대산에 올랐다.
풍수사는 사방을 살펴보다가 남쪽으로 뻗어나간 산맥이 과연 명당자리를 안내해 줄 것이라는 영감이 솟구쳐 이윽고 풍수사는 무릎을 탁 치고 경상도 땅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경상도 가야에 왕기가 서린 산맥이 있고 그곳에 명당자리가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풍수사는 집을 떠난지 꼭 두달이 되는 날이었다. 경상도 가야로 온 그는 산맥을 두루 살펴보니, 그중 한 산줄기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용이 날고 범이 뛰는 형국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철썩 철썩 바닷물 소리가 산줄기에 부딪쳐 왔다.
「옳지, 이제야 찾았구나! 아아, 저바다 가운데에 있는 바위 밑이 바로 내가 찾던 명당자리로구나.」
그러나. 풍수사는 실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자리는 바다 가운데 있는 바위 밑이었으니 그로서는 헤엄을 칠 줄 몰라 그 바닷속을 들어갈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풍수사는 실망에 잠겨 바닷가만 서성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풍수사는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으응? 저건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고 온 몸에 털이난걸 보면 꼭 괴물같기도 하구나! 옳지 저 녀석을 따라가 보자.)
풍수사가 짐승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 같은 걸어가는 괴물을 따라갔다.
풍수사가 짐승 같기만 한 괴상한 아이를 따라가 보고는 더욱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놈은 바닷가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괴상한 아이 놈을 따라 굴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굴 속이에 또 한번 놀라지 않으면 안되었다. 거긴 뜻밖에도 한 아리따운 여인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풍수사는 여인에게 마가가 말을 걸어보았다.
「여보시오. 여인! 여인은 어인일로 이런 굴속에서 살고 계시오?」
 「예 이 몸은 원래 가야땅 귀한 집에 있었사온데 난을 피해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옵니다. 사람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바닷고기와 나무 열매로 연명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의 일이었지요.」
하며, 여인은 마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여인이 글 속에 들어온지 한 말쯤 되는 어느 날 밤이었다. 거센 파도소리를 들으며 여인은 고향생각을 하다가 깜깍 잠이 들고 말았다.
어느 때쯤이었을까 여인은 잠결이도 아랫도리가 몹시 아파옴을 느끼고 눈을 뜬 것이다.
「악!」
털이 아름다운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몸을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밤으로 여인과 호랑이는 부부가 되어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달부터 여인의 몸엔 태기가 있어 열달만에 아기를 낳은 것이다.
「허허, 괴이한 일이로다. 호랑이와 정을 통해 아이를 낳다니, 그러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소」
 「바로 저 애랍니다」
하고, 아까 그 털복숭이 아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앗! 저 애라고요!」
어린놈이 몸에 털이 많은 것은 호랑이를 닮아 그런 모양이라고 여인은 얼굴을 수그리며 말을 했다.
「음 ! 참으로 희한한 일도 다 있군 그런데 저 아버지인 호랑이는 어디있는 것이오?」
 「여러 해 동안을 같이 살아오다 몇달 전에 죽었나이다. 저 애만은 이 불쌍한 어미를 지키며 사는데, 날마다 저 바닷속에 있는 바윗속을 무슨 일인지 들락날락 하고 있답니다.」
 「바닷속 바윗속을!」
풍수사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다그처 물었다.
「바닷속, 바윗속이라!」
 「예 그 바위에는 구멍이 뚫려있다고 하옵니다.」
풍수사는 바로 이것이 명당자리라고 단정했다.
 (옳거니! 그 구멍이야말로 하나는 임금이 날 혈이요, 다른 하나는 재상이 날 구멍임에 들림이 없도다.)
풍수사는 이제 허리에 두르고 온 아버지 두골을 묻을 시기가 왔다고 기뻐해 마지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저 굴속에 아버지의 두골을 묻을 것인가 궁리에 궁리를 한 끝에 마침내 좋은 계교를 생각해냈으니, 그것은 괴상한 어린아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는 어린아이를 불러냈다.
「얘아! 나하고 얘기 좀 할까?」
 「왜 그러시오?」
그런데, 풍수사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그 어린놈의 목소리가 어른뺨치게 우렁차기 때문이었다.
「저, 호랑이의 해골을 어디다 묻었는지 아느냐?」
그러자, 어린놈은 벌컥 화를 내며. 대드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뭐요? 내 아버님이란 말요」
(아뿔싸 ! 요놈이 보통이 아닌 걸!)
「오냐오냐, 내가 잘못했다.」
풍수사는 소년 앞에 빌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와서 수포로 돌아간다면 큰일이었다.
「그런데 그전 왜 물으시오?」
 「음 다름이 아니라, 저 바닷속에 있는 바위이 구명이 둘 있다고 들었는데 그 구멍에다가 너의 아버지 해골을 넣어두면 이담에 너는 아주 훌륭하게 된단 말이다」
그러면서 풍수사는 아이의 눈치를 살펐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놈인 줄만 알았던 아이의 얼굴엔 이장한 광채가 서리고 눈빛이 달라지는게 아닌가.
「그래서 날더러 아버지의 뼈를 파오란 말이지요?」
 「그렇지!」
 「그럼 잠깐만 기다리시오.」
하더니, 아이는 쏜살같이 굴속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아이가 나가자, 풍수사는 허리춤에서 나무함에 넣어 가지고 온 아버지의 두골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아버님에 절을 했다.
「아버님! 이제야 아버님이 편히 쉬실 명당자리로 모시게 되었읍니다. 불초 자식을 용서하옵소서‥」
얼마 안 있어 아이는 호랑이의 해골을 파 가지고 돌아왔다.
「음. 갖고 왔구나. 자 이제부터 내 말을 똑똑히 들었다가 그대로 해야 하느니라.」
 「예 ! 어서 말씀하시오.」
풍수사는 호랑이의 해골을 받아 들고 한손은 아버지의 두골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을 했다.
「똑똑히 듣거라 내가 가지고 온 나무함은 반드시 왼편 구멍에 넣고, 그리고 너의 아버지 해골은 오른편 구명에 넣어라. 그렇게 하기만 하면 된다. 잘 알아들었겠지?」
풍수사는 호랑이의 해골과 아버지의 두골을 아이에게 넘겨주었다.
「자 어서 바닷속으로 들어가거라.」아이는 두 해골을 겨드랑이에 끼고, 물속으로 첨병 뛰어들어갔다. 그때다 하늘 한쪽이서부터 뇌성과 천둥 번개가 바다를 뒤집어 놓았다.
「아핫하하…이제는 됐다. 이제는 됐어‥아핫하하 이제 자식만 낳으면 그놈은 반드시 임금이 되렷다. 아핫하하하…」
풍수사는 온 천하를 얻은 듯 기뻐 날뛰었다. 그는 바닷속으로 들어간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마렸다.
천둥과 번개는 여전히 바다를 뒤집어놓으며 이 바위를 마구 때렀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바닷가를 서성거리고 있던 풍수사는 바다위로 떠오른 괴상한 아이가 의치는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
「와아핫하, 나는 왕이다 내가 왕이다 와핫하하.」
 「아니 뭣이라고? 네놈이 왕이라고?「그렇다. 내가 왕이다. 여보시오 나는 벌써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구멍에 넣을 해골을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오. 으핫하하 그래서 당신 아버지 해골 대신에 난 우리 아버지 해골을 왼쪽 구명에 넣었단 말이오. 으핫하하‥」참으로 괘씸한 노릇이었다.
풍수사의 피나는 수고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참으로 괴이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에잇, 괘씸한 놈!」
풍수사는 호랑이 새끼한데 속은 것이 분해서 견딜 길이 없었다.
「아아, 이제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게 되었구나, 낭패로마. 저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서 바꾸어 넣을 수도 없는 노릇…아아, 하늘이 무심하구나.」풍수사는 탄식을 할 뿐이었다.
아이놈은 바다 위에 뜬 채 여전히 소리소리 질러 대는 것이었다.
「여봐라! 난 멀지않아 천하를 호령할 수 있게 되었다. 으핫하하‥」
 「에잇 분하다.」
풍수사는 이를 깨물고 하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풍수사는 돌아와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아내 역시 남편 못지않게 분개하면서 그만해도 우리 자손도 이제는 재상이 될 것이니 참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남편을 위로했다.
남편이 돌아와 그달에 태기가 있어, 열달후에 옥동자를 분만했다. 그가 바로 뒷날 고려말기 최영 장군 그 사람이었다고 하며, 그때 괴상한 아이는 중국으로 들어가서 병법을 익혀 많은 무리를 거느리며 활거하고 있는 군웅들을 무찔러 명나라를 세우니, 이 사람이 곧 중국의 천자 명 태조 주원장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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