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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잡목소고> 약용식물 > 대추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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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유설에 「화조와 수조가 있어 이는 신선이 사는 곳에 나는데 이를 먹으면 천년을 산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이는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아 도원경의 신선사상을 숭상했던 바에 기인할 뿐이며, 다만 대추는 우리 조상들의 곁에서 그만큼 선약 비방하여 쓰인 중효로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옛 우리 조상들은 대추는 위를 보양한다고 하여 여러 방면으로 기호를 높이 취하였거니와 그 중에도 가장 적실 하게 애호하던 용법에, 따른 대추를 끓는 물에 탕제 하여 꿀과 함께 섞어 차 대신 공복으로 마셨던 것이 우리 선인네들의 건강비법 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보다 더 좋게는 붉고 큰 것만을 골라 두었다가 엄동설한 추운 겨울에 꿀과 함께 버무려 시루에 푹 찐 다음 옹기 그릇에 밀봉하여두고 식전 공복에 한 수저씩 떠서 끓는 물에 타서 장복하면 피로회복은 물론 위병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약이라 하면 요즈음 양약처럼 어떤 환부나 치부에만 썼던 게 아니라 이를 상용음식으로 개발하여 아무 때나 먹어서 원기를 보하고 잡병을 막았던 지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문화의 정도가 유치한 민족은 그 문화를 손으로 전하고 말로 전하여 현실에서 그쳤지만, 슬기 있고 지혜 있는 민족은 그 업적을 후대에 전한다고 하였다.

 

우리 고유의 문화 중 가장 발달된 것은 약용음식을 들어 손색이 없지 않을까. 동의보감에 대추를 익혀서 먹으면 창자와 위를 보하고, 또한 대추에 감초를 넣어 약한 불로 달여서 마시면 강장제가 되고 신경쇠약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며 특히 환절기에 코가 메이고 머리가 멍한 증세에는 즉효라고 하였다. 이외에도 비만증으로 고민하고 있는 여자들에게는 대추나무 잎사귀를 말려 가루를 만들어 복용하면 여위어진다고 하였으니, 구태여 값만 비싸고 부작용이 오는. 화학 의약품에 의존 말고 자연식물성 자원활용에 눈길을 돌릴 일이 아닌가.

 

대추는 한방에서 쓰이는 주종의 약성은 해독을 중화시기고 다른 과일처럼 생식으로 소비되는 것도 많으나 제과용 등 그 용처가 다분하고, 이 땅에 사는 우리민족은 고래풍속과 함께 삼사실과로 길사나 흉사에 항상 대추가 빠져서는 아니 되는 것으로 중요품목이 되어왔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몸소 체험하여 얻은 비방으로 자손루대에 전하여 오기를 배는 일 백가지 해됨 뿐 이라 하여 백손황이라 하고 대추는 백가지가 유익하다 하여 백익홍이라 이름하기도 했을까.

 

이 나무가 이 땅에서 권과 식재된 기록으로는 지금으로부터 8백여년 전 고려 명종18년(1188)이래의 일이라는 것만 문헌상으로 알려지고 있는 일이나, 하여든 선인네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아니 되었던 생명나무였던 것임을 그동안의 숱한 기록에서 엿볼 수가 있다.
당시만 하여도 가정에서 과목으로 추종하여 군것질로 또는 약용으로 널리 애용되어 왔던 일을 볼 수 있는데, 근간에 와서는 각종 외래수종의 도입증식에 의해서 대추나무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간 것은 사실이다. 그 쓰임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건데, 요즈음 과원의 실태를 보면, 사과나 배, 복숭아, 포도 등에만 급급하고 들 있으니 재고할 기회라고 여겨진다.

 

한 때는 산야를 경영하는 분들의 거개가 평탄지에는 관상수만 못 심어 혈안이었고, 산하면 무조건, 임목 수종만을 생각하고 한번 심었다하면 밑에서부터 산 위에까지 한두 가지 수종으로 일색을 만드는 경향인데, 더러는 산기슭이나 산 속 어디선지 지벌이 평탄한 곳이면 무조건 대추나무를 심도록 권하고 싶다. 대추는 무진장 열리는 열매라서 사과나 배처럼 낱개로 거두는 것이 못되고 긴장대로 털어서 따는 것이므로 지반이 있는 땅에 심어야하는 이유 때문에 산 밑 기슭이나 평탄지에 심을 일이다.

 

식자들간에는 옛날엔 이 대추나무를 기껏 정원이나 농경지 주위에 몇 주씩 심었을 뿐이라고 사고하는 이도 있으나 그 당시 인구에 비하면 그것만으로도(수요가 자급되었을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수요에 비하면 기껏해야 선대인들이 심어 놓고 간 거기에서 자연생으로 다소 증식되었을 뿐으로 보아도 과소평은 아닐 것이다.
전회의 어느 기회에도 열거된 일이나 그간의 특수성을 보아 산체가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를 잘 판단하여 거기에 맞는 수종배열이 잘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산의 향배면, 경사도, 고저, 지질 조건, 습윤 관계 등 기후 조건의 고려도 중하지만 이에 합당한 수종 또한 고루 각색 이어서 그 선택이 산 농사를 가름할 것은 정한 이치가 아닐까.

 

이 나무의 재배 중심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에서는 기원전부터 중요한 과실로서 널리 재배되고 있었다 하며 그 품종수도 대단히 많아서, 그 크기도 다양하고 과일 빛깔도 홍색, 황색, 흑색, 자색 등 무수하고, 어떤 것은 씨가 없는 것도 있는 모양이나 아직 국내에서는 보지 못하였다. 국내에 자생하는 품종은 보통 원구형에 가깝도록 둥근 것이 있고, 아주 타원형인 것이 있는가 하면, 맛은 신 것, 단 것, 달고 신 것, 짠 것 등 감미의 형질도 여러 가지다. 이중에 가장 등외한 품종이 있는데, 물명고에 보면 이초라는게 이것이다. 이는 타원구면서도 꼭지 부분이 좁고 길며 끝 부분에 가서는 가시처럼 뾰족이 나온 종류가 있다. 이것은 수분이 적고 약간의 단맛이 있을 뿐으로 생 대추로 먹는데도 목이 막힐 정도다, 또한 다른 품종에 비하여 육질이 두꺼운 것도 있고 얇은 것도 있다. 이초는 제상이나 길혼사 같은 데는 안 쓰고 보약탕제 등의 약용으로만 쓰는 게 산지에서는 통례로 보았다.

 

대추의 주산지를 충청도 보은 등지로만 일컫는데 전북 완주군 회산면 일대로 가면 대추나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수확기에 들어서는 가지마다 휘어지도록 풍성하여 지나는 길손이 따 가는 건 못해도 먹고 가는 것은 말하지 않는 인심을 추앙하는 이도 있다.

 

대추가 익어갈 시기에 안개가 자주 서려들면 수확이 준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어저귀 껍질을 대추나무가지에 여기저기 걸쳐두면 절대로 피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추나무 밭에는 어저귀를 더러 심는 것을 보는데, 이는 수목에 천적이 상생공조함과 같이 이 또한 자연은 함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함인 것 같다. 대추나무와 함께 약용으로 쓰이는 산 대추라는 게 있어서 이와 구분을 정하기 위하여 이시진은 대추나무는 한자로 쓸 때 꺼스랭이 치(속)자를 위 아래로 포갠자(조)를 쓰고 꺼스랭이 치(조)자를 옆으로 나란히 세운자(극)를 산 대추라 칭해야 된다면서, 주하기를 대추나무는 키가 큰 나무이니 치(속)자를 아래위로 놓아 높게 보임으로서 이고, 산 대추나무는 키가 작게 크는 나무이므로 치(속)자를 옆으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가상한 착상인 것 같다.

 

-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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