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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조경수로 쓰이지 않는 옻나무 쓰임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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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 하면, 어제오늘 알려진 나무가 아닐진대 이는 동양의 특산물로서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부터 일상에 쓰여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낙랑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된 칠기가 지금도 제 빛깔을 내고 있다 하니 그 유구성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고려 성종때만 하여도 각도 주현으로 하여금 땅의 질에 따라 전토를 이루지 못하는 데는 뽕 나무를 심게하는가 하면 옻나무 심기를 각 지방관서에 권장하였으며 인종때는 백성으로 하여금 시절을 따라서 옻나무를 비롯하여 과목에 이르기까지 때를 맞추어 심게 하여 백성들의 생리를 일으켰으며 민가의 토의대로 나무를 심게 하였으되 이를 심지 아니한 자는 벌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옻나무를 많이 심은 자에게 많은 포상을 내렸다는 것이다(반계수록). 당시만 하여도 이웃 중국나라와 교역하는 가운데 중요한 품목으로 수출되었던 것은 다른 문헌에서 보아 알 수 있는 일이다.

원래 중국이 원산인 이 옻나무(Rhus Verniciflua)는 옻나무과에 딸린 낙엽활엽 소교목으로서「물명고」에 옻(칠)을 말하여, 즙액을 취하여 옻(칠)을 취한다(취즙계흑) 하였는데 이는 예부터 흑칠관목에 행자칠반이라하여 저히 전해 왔고 금칠이라 하여 금주(김해의 고명)에서 나는 것이 가장 양품으로 쳐주었던 것이다.
또한 이 나무 속에 북나무(Rhus japonica)가 있는데 속칭 뿔 나무라하고 또는 오배자나무(천금목)이라 불렀는데 이는 능히 사귀를 물리친다고 하여 풍속에 것을 따서 차고 다니면 병을 물리치게 된다하여 민간에서 속방으로 쓰여지고 있음을 본다.
「지봉유설」에 그 진액을 안식향이라 했는데 이는 잘못인 것 같다.
패사에 안식향이라는 나무는 페르샤(파사국)에서 나는데 이것을 취사수(재앙을 물리치는 나무)라고 하였는데 어떤 이는 옻나무의 즙액으로 안식향을 조합하는 걸로 오인하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안식향(Pterostyrax Benzoin)은 때쭉나무과로서 마래이 반도 등지가 원산으로 이 나무에서도 옻과 같이 진액이 나는데 이를 채출 건확(건동)시켜 약, 향료로 썼던 것이며 방향이 있으므로 훈향료, 방부제, 소독용 등으로 쓰임을 이에 표기해둔다.

칠이란 예부터 창, 칼등의 무기를 비롯하여 널(관), 의료기기, 식기 등 일용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여 왔으며 요즈음 화학류품이 성행되고 있으나 옻을 따를 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칠의 사용 처를 보면 각종 기계기구, 염색형지, 직물, 전선 및 코일, 피복용, 통조림 깡통내부칠, 고온경화현상을 이용한 기계부품 분야에 쓰이고 광학기재, 방습, 방부제로 쓰이는데, 이를 말하여 생칠이라는 것인데 줄기에 상처를 내어 흐르는 삼출물을 모은 것으로 검은 색깔을 띤 농주한 액체로서 특유한 색깔과 방향이 난다. 또 한방에서는 건칠이라하여 외피를 벗겨 말린 것을 쓰는데 한방에서 구충제, 통경, 진해제로 쓰인다고 하며 동의보감 탕액편에 보면 전시노채를 다스린다고 하였는데 이는 말기가 다된 폐병을 말함이다.

이른봄에 새순을 꺾어 진채로 하여 먹는데 그 맛이 구수하기 이를 데 없고 안 먹어본 이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옻을 타는 사람에게는 유의해야할 점이 있는데 속방에 초피(후추를 말함)가루를 입과 코에 바르고 먹으면 독성을 제한다고도 하고 또 들깨기름을 섞어 먹으면 옻의 독성을 사한다 하는데 일단 옻 독이 올라 피부가 부풀고 가려울 때는 생밤을 씹어 바르고 먹거나, 인분을 바르고 이내 씻으면 즉시 낫는다 한다. 필자도 이미 경험해 본 바이나 생각하면 옻 독은 더러워야 낫는다고 함이 역시 비방인 것 같다. 최근에는 옻이 오르는 것은 유독 물질이 피부염을 일으킨다고 하여 이를 항암제로 연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들깨와 밤은 옻과는 상극이니 칠수원은 이것과 같이 심지 말라고 하였다. 만약 시이와 맞대어 있을 경우 칠이 잘나지 않으며 칠원이 곧 망한다하여 예부터 이를 금기하여 전하기도 한다.
또 이 종자는 거죽에 밀(납)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흙 속에 그냥 묻는다면 싹이 트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열탕처리나 화학적 제법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건초 불에 약간 볶아서 심어 싹을 내었던 것이었으니 그 시원이「산림경제」에도 보이는바 촌로가 칠수원 옆에 산막을 짓고 살다가 화제를 당하였는데 옻나무까지 모조리 불에 타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듬해 옻나무 밑에서 싹이 나오는 것이 무수하였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로는 시험삼아 씨를 불에 볶아서 심으니 잘 나더라는 데서 연유된 것이라 한다.

옻나무는 주로 취하는 부분이 껍질에서이니 수피를 모아 심을 일이다. 거개수피를 가름하여 칠의 품질이 좋고 낮음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수피가 흰빛이 나는 것과 붉은빛이 나는 두 가지가 있다. 흰 것은 생장은 빠르나 액출이 적은 것이 흠이고 붉은 것은 액출은 많이 나오나 생장이 아주 느린 것이 흠이다.
칠수원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유의할 점은 북풍받이가 잘 조화된 양지바른 산밑 기슭이어야 좋은데 바람이 많이 타는데는 출액이 잘 안 난다고 함은 생육상 불리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 또한 가을단풍의 색감을 찾아본 이는 알만할 것이다. 늦가을 서리 내릴 무렵 그 많은 나무들 가운데 그 중에서 유독히 피를 토하듯 불을 뿜는 잎이 있으니 달려가 보면 바로 이 옻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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