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고사에 보면 무더운 여름날 뜰에서 내객들과 어울려 대숲에서 실려 나오는 푸른 바람을 베풀었다는 고사를 연유하여 대나무를 영량초라 이름하기도 하였으니 옛 분들은 대숲을 찾아 피서를 맞았던 것 같다.
기록으로 보면 옛 분들은 대나무를 풀이라 구분하기도 하였던 것이나 시한묵객들은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운운 취흥하면서 죽림속의 감흥을 탄주하였던가 하면, 후원 대청마루에서 모시적삼에 합죽선을 펼쳐든 당대의 지체높은 선비를 한폭의 이조화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고인들이 대(죽)이 주는 정감은 또한 그 풍체로 남기는 선호도가 있었으니 동구양죽기에 보면 고인이 대를 좋아하였던 다섯가지의 연유가 있었으니, 굳세고 강하며 엄하고 바른 그 질을 사랑하였음이 그 하나요. 맑고 푸르게 우지진 기개를 사랑함이 그 둘이요, 누구의 도움 없이도 눕거나 교만 없는 그 자태를 사랑함이 그 셋이요. 엄동설한에도 홀로서 무성한 그 절개를 사랑함이 그 넷이요, 속은 비어 있으면서도 통형 할 수 있는 그 모습을 사랑함이라 하였다.
이같이 산 자연을 지혜 있이 활용하였던 선현들의 슬기에 숙연할 뿐이다. 대나무 하면 자애 할 줄 안다 하는 이들도 완상의 안목으로만 기호를 취할 뿐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중요로움은 모르는 이가 많다.
옛 선현들의 사상에서부터 귀염을 받아오던 5대로 하여금 그 씀쓰임의 용처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만 그 중에서도 대로 하여금 우리 인체에 이롭지 않음이 없으니 이를 한꺼번에 술로 내리게 하여 취하였던 방법이 전하기도 하였던가, 양주비방도 있어 대략 소개하면 죽통주라 하여 통대나무 큰것을 취하여 구멍을 뚫어 그 속에 술을 넣은 다음 다시 대나무를 깍아 구멍을 메운 다음 진흙으로 밀봉하여 두었다가 얼마후에 쓴다하는데, 본초에 보면 죽력이라 하여, 대나무의 진액을 취하여 제한약으로서 이는 말을 못하고(실음하어) 열병으로 혼미함을 해소하여 준다하였고 또한 파상풍과 부인의 산후열과 소아의 경기를 말끔히 씻어주는 위급한 질병의 특효약이라 하였다.
그러면 이 죽력의 제법을 보면 동의보감 잡방편에 푸르고 싱싱한 큰대를 두자 정도로 잘라서 두쪽으로 쪼개어 불에 굽되 한쪽 끝으로 경사지도록 하여 열을 가하면 즙이 나오는데 이런 방법으로 계속하여 내린 즙을 면포로 침지하여 걸러낸 것이 곧 죽즙이라는 것이다. 또한 죽력 중에서도 고죽으로 만든 것은 그 효능이 다른 것인지는 모르나 의서에 보이기를 입안이 헌데에 효험이 있고 이를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구규(인체에 있는 아홉개의 구멍)를 새롭게 트이도록 하여 준다고 하였다. 이떻게 대의 진액을 뽑아 만든 것을 죽력고라 하는데, 이는 원래 약용으로 쓰이는 것을 약효의 신효함을 여겨 흔히들 구급방으로 술을 만들어 사치한 고급주로 애음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비방에 보면 생지황과 계심(계피의 겉껍데기를 깎아낸 속의 것), 창석포를 분말로 작말한 다음 여기에 약간의 꿀을 넣고 조제하면 아주 끈끈해지는데 여기에 죽력고를 넣고 다시 누룩과 찹쌀 술밥을 빚어 넣어 술을 앉힌 다음 오래 둘수록 더 좋다는 것이다.
이 술은 원래 대(죽)의 푸른 물을 뽑아 만든 것이어서 술빛은 청운인 감돌아 아주 고급약술로 선방하여 왔던 것 같다. 이를 일반적으로 보통 가정에서는 죽순주라하여 죽순을 썰어 직접 담그는 술을 말함인데 이는 대밭에 죽순이 돋아날 때 옹기동이를 덮어 키운 샛노란 순을 취하여 만든다고 하는데 죽력고를 따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에 보통 근과 담, 고의 세 종류가 있으니, 근죽은 둥글고 질이 단단하고 크니 왕대라 하였다. 이를 물명고에서는 근죽을 겉이 희다해서 인지 껍질흰대근자를 쓰고 있으며, 또 주하여 말하기를 질이 단단하고 크며 겉이 백색으로 서릿빛 같다고 왕대를 설명하였으며 담죽은 솜대라 하였고 지봉유설에서도 담죽은 곧 면죽(솜대)이라 하고 고죽은 오죽이라 하였으며 약의 효능으로는 이 셋중에 가장 큰 것 순위로 쳐준 것 같다. 의서에 근죽과 담죽 다음으로 고죽을 쓴다 하였으니 말이다. 또 고죽은 그 맛이 쓰다하여 고죽이라고 하였고, 겉으로 보이는 색깔로는 검다하여 오죽이라 하였던 것을 여러 문헌으로 보아 알 수 있다.
대 중에서도 약용으로 선품을 치는 것은 담죽과 고죽을 말하였다. 담죽은 중풍에 걸려 말을 못하는 증세와 염병(瘟疫)이나 임신부가 현기증을 일으키고 졸도하게 되는 경우에 특효약이라 하였다. 또한 어린이들이 놀라 자빠지며 천질하는 증세에 영약으로 쓰인다고 하였다 근죽은 왕대를 말함인데 이는 기침을 심히 하며 숨이 넘쳐 자즈러지며 목구멍이 막혀 핏기가 온통 얼굴에 상기되는(咳逆上氣) 고동과 번열을 씻어주는데 긴요히 쓰이며 풍기로 목이 굳음을 풀게 하고 또한 악성종창을 아물게 한다 해서 민간 약으로 많이 쓰이고 또 대나무뿌리는 다려서 먹으면 번열과 갈증을 내리게 하고 피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케(보감)한다 하였으니 옛부터 선열들이 일상 주변에 가까이 두고 아끼던 나무하나 풀 한 포기에는 그럴만한 연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일상 보아도 자연을 보는 많은 눈들이 찾은 것 거의가 외형적으로만 재질이 어떠하다느니 관상수로 수형이 어떻다 할뿐, 한 나무만이 지니고 있는 참 용도를 모르고 있는 이가 많다
-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WEB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