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옛날 이야기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옛 이야기(고전) - 공민왕의 비애(하) 한번 세상맛을 본 신돈은 이번에는 정식으로 부인을 얻을 생각을 하였다. 당시 문벌이 좋다는 이경상의 처 김씨를 보고자 그의 집에 불렀다. 김씨는 응하여 들어왔다. 세상을 강박하게 본 까닭에 처음부터 『부인 들으니 요새 과부가 되었다 하는데 나하고 같이 살면 어떠하오』 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갔다. 『무슨 말씀이요. 세상이 아무리 혼돈하다 하여도 문벌 있는 집안에서는 쉽사리 재가하지 않소.』 『홀로 무척 적적하지 않소.』 『우리 남편은 살아있을 때 남의 계집이나 유녀 같은 것은 평생에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이요. 그러한 남편이 죽자 개가하다니 말이 되오.』 『쓸데없는 고집을.』 신돈은 음흉한 눈으로 여자를 흘겨보았다. 『도첨의께서 나에게 손을 대시면 나는 자살할 생각이요.』 말을 마치자 그 자리에서 머리를 .. 옛 이야기(고전) - 공민왕의 비애(상) 고려의 왕실은 충목, 충경 등 어린 두 임금이 재위하였으므로 영신(왜신)들이 득세하여 어지러워졌다. 이때 충숙왕의 왕비인 덕비의 소생인 공민왕이 서게 되었다. 왕은 일찍부터 원나라에 들어가 몽고의 풍속도 알았고 또 그들의 내부적인 부패도 알았다. 한창 고려의 정치가 문란할 때 공민왕은 원나라 황실의 근친인 위왕의 딸 노국공주를 상하여 원나라 황실과도 가까워져 무난히 고려의 왕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노국공주는 왕과 같이 들어와 왕의 정치를 도와주었다. 이때쯤은 원나라 자체도 정치적으로 무기력하여 중원 각 지방에서 동란이 심해졌다. 왕은 귀국하면서 변발을 없애고 전날 고려식으로 머리를 위로 올렸다. 왕은 본국의 권신이 많은 것을 보고 우선 기황후의 친족과 그 일파를 없애고 다시 쌍성총관부를 고려 외 영토로 .. 옛 이야기(고전) - 사부리 싸움(상) 경상도방어사 조경과 별장 정기룡은 의명대장 장지현과 군사를 합세하여 추풍령 앞 사부리에서 왜병을 막아냈다. 정기룡은 조방어사 앞에 단정히 서서 대답한다.「왜적이 우리나라를 침략해 들어오려고 생각한 것은 하루 이틀에 시작한 일이 아니라 여러 해를 두고 짜논 일이옵고, 저놈의 군사는 날쌔고 훈련이 되었는데 우리나라 군사는 승평세월에 아무런 단련도 되지 않은 오합지졸이니 백명 군사로 백명 적병을 당해 내기가 어려운 판인데, 장차 적병은 수십만명이라는 호대한 군사가 되고 보니 임전대결하기는 아직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기병을 써서 출기불의로 적병의 날쌘 기운을 이곳저곳에서 꺾어 버린다면 적병은 차츰차츰 정신이 산란해질 것이라 이 틈을 타서 다시 적병을 무찔러 버린다면 우리는 큰 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 .. 옛 이야기(고전) - 아랑낭자의 영혼 앞이 확트인 영남루 언덕위에서 쳐다보는 초생달의 아련함이 아랑 낭자는 심호흡을 하고 섰다. 강을 타고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함께 4월의 초생달 빛이 교교히 그녀의 피부에 와 닿고 있었으며 달빛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벌써 여러해 전의 일인 것만 같다. 초저녁 무렵 유모가 느닷없이 영남루에 달구경 가자고 꾈 때만해도 한가위도 아닌데 달은 무슨 달구경이냐고 별로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따라왔는데 달을 본 순간 그녀는 잘 왔다고 희열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다. 강 건너 절이서는 초파일 연등제 준비가 한창인 듯 횃불이 환하게 타오르고있는 것 말고는 온 주위가 적막이 싸여 있기만 하다. 요즘처럼 울적한 나날은 이처럼 초생달빛이 차라리 적격이겠다고 아랑낭자는 생각하던 참이다. 벌써 수십.. 옛 이야기(고전) - 명당자리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을 한 사나이가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다. 그는 최씨라는 풍수지리에 능통한 풍수사였다. 풍수사였기 때문에 갑자기 돌아가신 선친의 무덤을 아무데나 쓸 수는 없었다. 어디엔가 있을 소위 명당 자리를 찾아 벌써 며칠을 이렇게 산 속을 헤매고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당을 찾기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터득한 풍수지리설을 가지고도 그렇게 쉽사리는 명당자리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힘없이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을어지 오래였다. 「오늘도 허사였구나」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운명한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을 선친의 시신을 생각하니 초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한 생각 같아선 아무데나 모실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그의 풍수사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집으.. 옛 이야기(고전) - 기상바우 아지랑이 너울너울 춤추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지금 이름하여 기상바우에 아릿답고 날렵한 몸매에 연분홍 조고리마 홍치마의 여인과 중절 모자를 쓴 중년신사가 기상바우에 오르고 있었다. 여인의 표정은 굳게 굳어있었다. 「옥매야 오늘은 웬일이냐 이렇게 산책을 다하자고 하니‥」 「·········」 「오늘따라 너의 옷맵시가 아름답기 이를데 없구나」 「··················」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기에 내말을 못듣고 있지? 옥매야! 나는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 허허··」 아무 대꾸도 없이 듣고만 있던 옥매 이윽고 조용한 어조로 「사사끼 어른 죽어도 한이 없다 하신 말 정녕 정말이십니까」 「허허‥·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더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 옛 이야기(고전) - 처녀의 원혼 한창 고구려의 충신들이 역적으로 몰려서 하루아침에 일가족이 몰살당하거나 삼족이 멸족되는 일이 수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역적으로 몰러 참살당하게 된 충신들 중에 이맹술이 끼여 있었다 이맹술은 원래 고구려 선대왕 때부터 충신으로 판서의 관직에 있던 대감이었으나, 왕건이 나라를 세우게 되어 절개를 굽히지 않고 이군불사라면서 한사코 버티었다. 왕건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당장에 죽이라고 엄명을 내렸다. "그리고 그 삼대 일족을 어린아이건 계집이건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몰살토록 하라! 추호의 사정을 두는 자는 살아 남지 못하리라!" 이러한 어명이 떨어지자 군사들은 일제히 이맹술의 집으로 달려갔다. 군졸들은 백여 간이 넘는 이 대감의 집에 불을 지르고, 남자들은 물론이고 그 권속 노비까지 모조리 참하.. 옛 이야기(고전) - 초립동이 장원 경상도 밀양에 김구겸이란 젊고 패기가 넘친 신임부사가 임명 되어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예능이 비범한 재질이 있어 일찍부터 세간에 평판이 대단한 자이었다. 19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처음으로 배명받은 곳이 바로 밀양 부사 자리였다. 부사는 부임하자마자 백일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각 고을마다 방을 부쳐 널리 알리도록 했다. 그는 이렇게 하여 숨은 인재를 가러대서 새로운 시정을 베풀어 온 나라에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낡고 잔재주를 부리는 권모술수 또는 부정관리들을 일소하고 새로운 인재를 백일장을 통해 등용시키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의 방이 나 붙자 세상에 숨어살던 선비들은 속속 밀양 망으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백일장은 전국에서 뜻있는 선비들로 하여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해마마 열리는 .. 옛 이야기(고전) - 길순이의 기적 무섭게 찌는 삼복 더워도 한풀 꺾인 듯 싶은 9월의 일이다. "생선사려 생선이요." 초라한 무명 치마저고리를 걸치고 목이 휘어질 정도의 생선 괴짝을 인 복스럽게 생긴 처녀의 외치는 소리다. "에구 저 불쌍한 것" 우물에서 빨래를 하는 동네 아낙네가 중얼거리다가 일어섰다. "이봐 처녀 생선 한 마리만 줘." 아무래도 그냥 보내기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처녀의 이름은 길순이라고 했다. 늙은 부모와 어린 동생 네 식구만의 생활이지만 그럭저럭 오손도손 살아 온 길순네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가 중병으로 누워 버리면서 우리 동네 부자 집에 가서 양곡을 꾸어다 먹게 되었던 것이다. 몃 마지기 남의 논을 부쳐먹고 살아오던 길순네 집은 아버지가 덜컥하니 누워버리자 농사를 때마춰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러자 논 주인은 다른 .. 옛 이야기(고전) - 도승과 이식 "어머니, 돌아왔습니다" "오냐, 글 잘 배웠느냐?"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는다. 아들이 어린것도 아닌데, 손까지 잡는 것은 아들의 몸이 약해서다. 아들의 나이는 열 대여섯 살로 보인다. 나중에 관서를 지낸 이식의 소년시절이다. 어머니 홍씨 앞에 꿇어앉은 식은 그날 배운 글을 내리왼다. 글을 외는데도 힘이 드는지 피곤한 기색이다. 어머니 홍씨는 안타깝다. (저렇게 총명하고 단정한 아이가 어깨서 저토록 약할꼬.) 집안이 좋은데다 가산도 넉넉하여 부러울 것이 없건마는 늦게 얻은 외아들이 몸이 약해서 걱정이다. 부모도 걱정이지만 아들인 식이도 마음이 면하지 않다. 이제는 나이도 들어 제 앞길을 제가 알아서 처리할 계제가 된다. 그러는 어느 날. "어머니" "왜 그러느냐?" "어머니께서 항상 저를 걱정하시는 .. 이전 1 ···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