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옛 이야기(고전) - 길순이의 기적 무섭게 찌는 삼복 더워도 한풀 꺾인 듯 싶은 9월의 일이다. "생선사려 생선이요." 초라한 무명 치마저고리를 걸치고 목이 휘어질 정도의 생선 괴짝을 인 복스럽게 생긴 처녀의 외치는 소리다. "에구 저 불쌍한 것" 우물에서 빨래를 하는 동네 아낙네가 중얼거리다가 일어섰다. "이봐 처녀 생선 한 마리만 줘." 아무래도 그냥 보내기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처녀의 이름은 길순이라고 했다. 늙은 부모와 어린 동생 네 식구만의 생활이지만 그럭저럭 오손도손 살아 온 길순네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가 중병으로 누워 버리면서 우리 동네 부자 집에 가서 양곡을 꾸어다 먹게 되었던 것이다. 몃 마지기 남의 논을 부쳐먹고 살아오던 길순네 집은 아버지가 덜컥하니 누워버리자 농사를 때마춰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러자 논 주인은 다른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