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왕의 뜻을 받들기 위하여 모든 영화를 버렸던 양녕대군은 이제는 방탕이란 것이 그에게 있어 버리지 못하는 고질이 되고 말았다. 술과 계집, 그리고 명승을 찾아 유람한다는 것이 최대의 환락이자, 그의 생활의 전부였다.
그러한 그가 오래 전부터 벼르기만 하던 서경 유람의 길을 기어이 떠나게 된 것은, 특히 아우님 왕의 간곡한 부탁과 윤허를 얻고 나서의 일이었다. 양명이 출발에 앞서 고별차 세종께 배알하였을 때이다.
『이번 서경 유람을 윤허 합시어 감격하옵니다』하고 왕에게 아뢰었더니, 세종은 우애에 넘치는 말씀으로
『서경은 색향이라 하옵는데, 혹시 형님께서 건강이라도 해치게 되시지나 않사을지요. 부디 조심하셔서 이번 길에는 주색을 통히 금하시기 바라나이다.』하였다. 이 말은 단지 아우가 형에 대한 걱정에서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지엄한 왕명이었다.
양녕은 머리를 조아리며,
『성념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하오리다.』하고 어전을 물러나는데
『형님, 아무쪼록 명심하셔서 편안히 다녀오십시오.』하고, 임금 세종은 재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양녕대군도 이번 길만은 일체 주색을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떠났다
양녕은 그야말로 이필려와 일동자로 나귀 등의 사람이 되어 천리 춘색을 완상하면서도 길을 재촉하였다.
『대장부 한 번 나서, 불고가인생업하고, 천하 강산 구경갈제, 죽장 망혜로 단장하고, 일필려, 일동자로, 일호주 나귀에 싣고 호기 있게 떠나가니 이만하면 그만이라.』
사실 이러한 지금의 양녕에게는 아무런 꺼릴 것도 부러울 것도 없었다. 그저 유연한 인생의 환락과 행복감만이 그의 가슴속에 뿌듯하였을 뿐이었다.
한편 형님을 떠나보내고 난 임금 세종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형님이 이번 길에 평양에 내려가셔서 미희하나 가까이 못하시케 되면 나를 얼마나 원망하실고.』
이렇게 생각한 그는 객향에 외로울 형님의 심사를 생각하고 즉시로 평양감사에게 밀지를 내리었다.
『나의 형님께 미희 하나를 특별히 제공하되 형님이 전혀 모르시게 할 것이며 또 일단 상관된 미희는 즉시 서울로 치송케 하되 형님의 필적을 잊지 말고 받아 가지고 오게 하라.』
평안감사가 이러한 왕의 밀지를 받은 것은 아직 양녕대군이 평양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감사는 이 곤란한 왕명을 받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어떤 여인을 어떻게 해야만 대군이 모르고, 그리고 대군의 필적까지 받아낼 수 있게 할 것인가 하고 생각다 못한 그는 비밀히 감영 기생 전원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너희들 중에 이번 양녕대군의 행차를 맞아 수청들 사람이 없겠느냐?』하고 비록 수청은 들되 거기 많은 제약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그러자 기생들은 저마다
『그런 어려운 일을 어떻게 봉행하오리까』
『저도 거행치 못하겠나이다.』하며 물러서는데 그들 틈에 가장 나이 어리고 아름다운 기생 하나가 나서며
『감히 소녀가 사또님의 분부를 거행해 볼까 하옵니다.』하고 자원하였다. 감사가 바라보니 그녀는 평양 제일의 미희라는 관기 정향이었다.
그는 젊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지조가 높고 영리하기로도 이름난 명기였다.
『그래 네가 한 번 시행해보련? 잘만하면 대상을 받으리라-』
감사는 그녀를 격려하면서 무한히 기뻐하였다.
이리하여 감사와 정향간에 이미 비밀약속이 정해진 다음, 양녕대군은 평양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는 우선 감사를 찾아가 만나보고 나서는 감사가 정해주는 감영안 별당에 거처를 정하였다. 그리고는 이튿날 명승과 고적을 찾아 나섰다.
평양은 과연 수려한 금수강산이었다. 모란봉, 부벽루, 대동강, 연광전, 능라도……어디라 할 것 없이 웅건한 기상과 화려한 경계가 고구려 천년의 왕도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양녕은 문득,
『장성일면용용수, 대야동두점점산…』
(장성 일면에 용용한 물이오, 큰 벌 동녁으론 점점이 산이로다……). 하고는 다음구절이 떠오르지 않아서 붓을 꺾고 말았다는 고려조 때 시인 김황원의 시구를 생각하면서, 과연 그 기상과 경계가 필설로 형용키 어려운 바이라고 감탄하길 마지않았다.
그러나 양녕은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텅 비는 듯한 느낌이었다.
『강산은 좋다마는……』
『이러한 좋은 경계를……』
그는 문득 술과 아름다운 여인이 그리워졌고, 자못 이 아름다운 경계 속에서 미희와 더불어 술을 마시며 완상치 못하는 것이 무한히 애석하게 여겨졌다.
『유람도 주색이 곁들어야……』하고 그는 새삼스러이 무료하고 쓸쓸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왕명을 어이할고……』
그는 사뭇 아우님 세종대왕이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다.
그가 사처로 돌아온 것은 날이 저물녁이었다. 선화당 후원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별당, 호젓하고 고요하기 절간과 같은 곳에서 그는 데리고 온 동자요 심부름하는 통인 아이만을 상대로 지내야만 하였다.
조석마다 들이는 고량진미도 양녕에게는 한 잔 술맛만 못하였고, 미희를 가까이 할 수 없는 색향 평양은 차라리 다른 곳만도 못하다 생각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 이튿날부터는 진종일 구경도 하러 나가지 않고 사처에 틀어박혀 명상에 잠기곤 하였다.
『어 무료한지고!』
그의 입에서는 느닷없이 이러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만 서울로 올라갈까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저녁, 황혼 무렵이었다.
뜻밖에 객사 문 밖에서 왁자하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녕은 웬일인가 하고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어떤 젊은 여인이 포교들에게 휩싸여 시달리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양녕이 이윽고 그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니 가련하도록 젊고 어여쁜 모습이었다.
『이 무엄한 계집이로군……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들어오다니…….』
『아니예요, 저놈의 고양이가 글쎄 제사에 쓸 닭의 다리를 물고 이리로 내뺐기에 쫓아 온 거예요.』
『무엄한지고!』
이러한 그들의 대화를 듣던 양녕은 대충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으나 조금이라도 더 오래 여자를 바라볼 양으로 앉았다가
『웬일들이냐?』하고 점잖게 물었다. 그 때 통인 아이가 양녕대군 앞으로 달려와 공손히 아뢰었다.
『존전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황공하옵니다. 실은 소인 누이가 망부의 제사에 쓸 닭고기를 고양이 한 놈이 물고 이 곳까지 뺀 바람에 쫓아왔다 나졸들에게 야단을 맞고 있는 길입니다.』하고 능청스럽게 아뢰었다. 이 통인 아이와 기생 정향 사이에는 이미 밀약이 되어 있던 터였다.
양녕은 머리를 끄덕끄덕 하면서 다시금 창 밖의 소복한 여인을 굽어보았다. 여인은 색향 평양이 아니면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예뻐 어리를 경의 미인이라 하면 이 여인이야말로 고도 평양의 경기를 함께 뒤집어쓰고 나온 무슨 요정과도 같았다. 흐르는 몸매의 곡선은 능라도 실버들이 따를 수 없고 고운 눈썹은 부벽루의 새벽달이 무색할 정도이었다. 이런 여자와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동강물이 이별의 눈물로 화하여 미치지 않는다는 시구가 나올 법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아무튼 잠시 동안의 일이었지만, 양녕대군의 눈앞에 명멸하는 그 여인의 모습은, 쓸쓸한 객창 가에 홀로 앉아있는 그의 심사를 자꾸만 어지럽게 하였다. 밤은 차차 깊어만 가는데, 가물거리는 촛불 밑에선 나오느니 긴 한숨뿐이었다. 이제는 왕명이고 무엇이고 배겨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마침내 굳게 결심을 하고, 가만가만 밖으로 나왔다. 누가 보고 있지나 않은가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엔 단지 고요가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양녕의 발걸음은 어느새 아까 그 여인이 사라져 간 쪽으로 옮겨져 가고 있었다. 토담이 무너진 저편에 한 초가집이 있는데 창 밖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고 있었다. 양녕은 혹시 저 집이 그 고양이를 쫓던 미인의 집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성큼 성큼 걸어서 무너진 토담으로 넘어 들어갔다.
방 앞에 다다르자 그는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 안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가물거리는 촛불 아래 아까의 청상 과부는 바느질을 하고 앉아 있었다. 불 아래 비추인 여인의 모습은 더욱 환하게 아름답게 보이는 법인지-. 양녕은 자기도 모르는 새 섬돌 위에 올라섰고 손은 이미 문고리를 잡아 다리고 선듯 방안으로 들어섰다. 여인은 힐긋 양녕을 쳐다보는데 그 눈매가 요염하도록 고웁다.
『놀라지마오. 나는 이번 서울서 평양구경을 온 사람인데, 달은 밝고 객회가 쓸쓸하기로 이렇듯 무례한 줄 알면서 들어왔으니 낭자는 용서하기 바라오.』하고 양녕이 말하니 여인은 새초롬해서 돌아앉으며
『아무리 미천한 집이 옵기로서니 남녀가 유별한 터에 함부로 들어오시다니 어찌될 말씀이옵니까.』하고, 다소 꾸짖는 듯 말하였다. 그러나 양녕은 용기를 내어
『봄밤의 한때가 천금에 해당한다 하였거늘, 이런 밤을 어찌 우리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그냥 흘려 보낼 수 있겠오.』하고 비위좋게 말했다. 여인은 더욱 새초롬하며『제가 비록 미천한 여인이오나 남편의 소상을 엊그제 치루었는데 어찌 함부로 외간 남자와 상통할 수 있아오리까. 손님께서 만일 점잖이 물러가시지 않는다면 이 몸은 그냥 있을 수 없아옵니다. 차라리 이 칼로 목숨을……』하고 어느 겨를에 은장도를 집어 들었는지 목을 겨누었다.
양녕은 겁결에
『그대의 정절은 과히 열녀요. 그러나 나도 사내 대장부로서 한 번 이 방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대로 물러날 수야 있겠오. 그대가 나의 무례를 책한다면 나 또한 무슨 면목으로 세상에 나설 수 있겠오. 죽으려거든 나와 함께 죽는게 어떻겠오.』하고 달려들어 칼을 빼앗았다. 여인은 이윽히 양녕을 바라보더니 그 고운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이왕 이리된 바에는 손님께서 도로 나가신다 하더래도 모두 저의 정절을 의심할 테니 어차피 훼절이란 허물을 둘러쓸 바엔 손님에게 천한 몸이지만 의탁하는 도리밖엔 없을 듯 하나이다.』하고 한숨을 길게 쉬는 것이다. 양녕은 여인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무한한 감격과 행복감이 가슴 뿌듯하여 올랐다. 이윽고 그는 여인의 가는 허리를 덥석 끌어안고 촛불을 불어 껐다. 달빛이 환하게 젖어드는 이 초옥 안이 구중궁궐의 주란화각 보다 더 나은 듯 하였다. 밤이 새는 줄 모르게 양녕은 도란도란 여인과 속삭였다.
여인은 실로 능란한 솜씨로 양녕을 휘어잡았다. 이튿날부터 양녕은 감사가 천거하는 구경은 가는둥 마는둥 하고 여인에게만 파고 들었다.
드디어 이별의 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여인은 흐느껴 울었다. 물결치는 어깨, 고운 눈, 눈물이 흐르는 얼굴은 더 한층 처염하여 양녕은 구곡간장이 녹아 나리는 것 같았다. 이별이란 것을 그 누가 마련하였던가.
양녕은 자기의 이번 길이 왕명으로 여색을 금하게 되었다는 말이며, 그러니 부득이 이번에는 못 데리고 간다 하더라도 다음 번에 반드시 와서 서울로 데리고 올라가서 그대와 더불어 백년해로를 할 결심이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는 여인에 눈에서는 눈물이 비 오듯하며 그만 양녕의 무릎에 업디어 흐느끼는 것이었다.
이윽고 여인은 흐느끼면서,
『뒷날 대군님을 뵈옵도록 무슨 표신이라도 하나 해 주세요.』하고 고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야 어렵지 않지. 무얼로 할가. 시를 지어주련?』
『시집올 때 가지고 온 명주치마가 있아옵니다. 거기에 써 주세요.』
양녕은 필목을 달래서 붓을 들었다. 풀이하여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대 한번 이별하면 만날 길 없으리니,
그대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나리.
연지 곤지 고운 얼굴 누가 보리요.
눈썹에 낀 수심은 거울만 알리라.
달빛은 어이하여 비단 베게 엿보며
새벽바람 무슨 일로 휘장을 흔드는고.
뜰앞에 다행히도 정향나무 서 있길래
봄 뜻에 이끌리어 그 한가지 겪었노라.)
일필휘지로 써 내리니 주옥같은 글씨마다 용이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치마폭에는 아직도 여백이 있는지라 양녕은 다시 붓을 가다듬었다.
(이별 길에 향기론 구름이 흩고
떠나는 정자 위엔 조각달만 걸렸어라
가련타 잠 못 이뤄 딩구는 밤에
뉘 다시 그대 수심 위로해주리.)
붓을 놓고 바라보는 양녕대군은 스스로도 그 아름다운 글귀와 주옥같은 글씨에 못내 감탄하길 마지않았다. 순간 정향은 입가에 그윽한 미소를 흘리었다.
그것은 양녕이 모를 깊은 뜻이 숨어있는 웃음이었다.
그날 밤, 이별을 앞둔 두 남녀의 정은 더 한층 무르녹았다. 그야말로 슬프고도 달콤한 밤이었다.
양녕이 서울로 돌아오자 대궐에서는 임금 세종이 형님의 서경 유람을 축하하기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 군신상하가 모여 은은한 주악 속에 하룻밤을 즐기게 되었다. 왕은 형인 양녕을 옆에 모시고 그간의 적회를 풀고 있었다. 주흥과 가무가 바야흐로 무르익어갔다. 그 때 유랑한 풍악이 맞추어 노래 소리가 들려 왔다.
이때 양녕은 스스로의 귀를 의심하였다. 이게 무슨 노래인가. 분명히 이것은 자신이 평양에서 정향이란 여염집 여인에게 은밀히 정표로 써 준 싯귀가 아니었던가. 그는 한껏 귀를 의심하였다. 그러나 노래는 점점 더욱 또렷하고 청아하게 오언절귀까지 계속하는 것이 아닌가.
별로향운산 이정편월구
순간 양녕은 모든 것을 알아차리었다. 그때 해와 달을 그린 병풍 뒤에서 한 사람의 선녀 같은 미희가 춤을 덩실덩실 추며 나왔다.
『어, 저게 누구냐?』
그것은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정향이였다. 양녕은 그만 상감 앞에 꿇어 엎드렸다.
『신이 왕명을 어긴 죄과가 크다 아니할 수 없아옵니다. 벌하여 주십시오』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요. 비록 왕명을 어겼다 하시나, 인간 본능이오니 어찌 아름답다 아니 하리까. 형님이 그동안 술을 금하신 것만 하여도 과인의 부탁을 잘 이행하신 셈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모든 일은 이 아우가 꾸민 일이오이다. 과인이 또한 형님을 속인 허물이 있지 않습니까.』
왕상의 말이 군신 이하는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그리하여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이 연석의 흥취는 정향의 가무로 인하여 더 한층 흥을 돋구었다.
이윽고 잔치가 파하자 왕은 정향을 앞에 불러『네가 우리 형제간 우애를 두텁게 하였으니 가상하기 이를데 없노라, 내 이제 변변치 않은 상금과 별궁 비복을 너에게 내리노니, 너는 더 한층 힘써 우리 형님을 잘 받들어 모시도록 하라.』하는 말씀과 함께 중상을 하사하였다. 양녕과 정향은 성은에 감격하여 못내 치사하면서 퇴궁하였던 것이다.
특히 이날 밤은 상감이 마련해 준 침실에 들어 양녕과 정향은 원앙 금침을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때 정향은 만면에 홍도를 띠우고 양녕에게 아뢰었다.
『나으리! 큰 죄를 용서하시와요.』하며 살풋이 치떠 보는 그 눈매에는 애교가 흘러 넘쳤다.
『용서 못하겠다. 일개 기녀의 몸으로 왕의 형을 속인 죄가 막중하니 벌을 받아도 이만저만한 벌을 받아선 안되겠고나. 자 우선 이 도포를 풀어라.』
『상감님께옵서서도 모든 죄를 다 용서하시 왔아옵고, 하물며 나으리께서의 신하된 도리로서 인군의 명을 거역하신 죄도 속하셨거늘…….』
양녕은 그 깜찍한 정향을 으스러져라 포옹하면서,
『얘 참 기특하구나. 어쩌면 고 조그만 가슴속에 대장부를 농락할만한 배포가 깃들어 있었드냐 말이다.』하고 칭찬하였다.
『소녀가 처음부터 마음에 없었다면 그런 꾀가 나올리 있아옵니까.』
정향은 양녕의 품속에서 속삭였다.
영영 못 만날 이별일 줄만 알았던 두 남녀는, 이렇게 서로 붙안고 가슴 메이는 듯한 환희와 행복감을 주체 못하면서 늦은 봄밤을 마음껏 향락하였던 것이다.
'IT > 옛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 이야기(고전) - 임금님의 현몽 (0) | 2018.11.09 |
---|---|
옛 이야기(고전) - 선견지명 (0) | 2018.09.06 |
옛 이야기(고전) - 애란의 비련 (0) | 2018.07.28 |
옛 이야기(고전) - 함흥차사 (0) | 2018.07.27 |
옛 이야기(고전) - 가난한 선비 (0) | 2018.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