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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YCC 이슈에 대해. (YCC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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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YCC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갑시다.

YCC는 일드 커브 컨트롤의 앞글자를 따온 용어인데, 말 그대로 일드 커브를 컨트롤한다는 것이고, 일드 커브라 함은 국채금리를 이야기하는 거죠.

국채는 초단기, 단기, 중기, 장기, 초장기로 나뉩니다. 일본의 경우 초단기가 6M-, 단기가 6M-3Y, 중기가 3-7Y, 장기가 7-15Y, 초장기가 15Y+로 나뉩니다.

YCC의 선례는 1940년대 미국의 연준으로부터 올라가는데, 모든 케이스가 실패한 정책으로 끝나버린 결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후술 하겠지만 YCC는 부작용이 큰 정책입니다.

YCC를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만약 2년, 10년물에 대해 YCC 정책을 시행하고 싶다면 우선 YCC 캡을 설정해야 합니다. 보통 YCC는 금리가 상승하는 걸 억제하기 위해서 시행하는데요, 그래서 캡을 상단에 씌웁니다.

만약 현재 시장금리가 1.2%고, YCC를 0.0%에 시행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금리를 누르는 원초적인 방법은 채권을 매입하는 거겠죠. 채권을 사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오르니까요. 간단하게 이런 방식으로 금리를 찍어 누릅니다.

만약 단순히 YCC를 시행한 후 매입만을 통해 국채를 매입하게 될 경우 중앙은행의 B/S 규모가 과도하게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YCC의 핵심은 시장의 효율성을 이용하는  데에 있습니다. 만약 '금리가 0.0%보다 높아진다면,  중앙은행이 금리가 YCC 캡을 충족할 때까지 채권을 매입하여 도로 0.0% 이하로 하락할 것이다'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그 기대로 인하여 애초에 0.0%를 초과하지 않게 됩니다. 이게 어디서 많이 보셨다 싶으실 텐데, 루나의 테라가 딱 이거였죠.

근데 루나 재단은 돈이 한정된 반면에, 중앙은행은 화폐에 대한 발행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목표인 물가안정, 고용 극대화, 금융안정을 시행하는 데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무한정 돈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간단히 YCC란 '시장의 기대를 통해 금리를 캡 이하로 억누르는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YCC는 왜 시행할까요? 이유야 많지만, YCC의 효과가 금리를 캡 이하로 억누르는 것이니 저금리가 필요한데, 장기금리가 자꾸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있으면 시장의 기능 일부를 차단하는 이 정책을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일본 경제의 성장 과정

일본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1940년대부터 천천히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일본 관련 내용을 접할 경로가 매우 많기 때문에 잘 아실 겁니다.

전쟁 시기에는 보통 총생산의 극대화를 취하게 되고, 총력전을 하던 추축국들의 경우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몇몇 주요 해전과 이오지마 전투, 도쿄 대공습을 겪은 이후 마지막에 원자폭탄 2방을 맞으며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일본은 모든 힘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50년대의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일본은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을 하게 되고, 추가로 전후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됩니다. 일본은 그 상황에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력했던 경제력이 부활하는 데엔 난이도가 높지 않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강력한 인적 자원과 동아시아 특유의 근면성을 이용하여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렇게 일본은 1970년대에 호황을 맞게 됩니다.

주로 그 산업들 사이엔 조선, 자동차, 전자기기 등이 있었습니다. 그 기업이 지금도 일본의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는 도요타죠.

산업에 필요한 기초적인 체력, 성장을 위한 투자, 국가 자체 브랜드 이미지, 수많은 우량 기업들, 동아시아 특유의 문화가 모두 어우러지며 일본의 경제는 날이 갈수록 고공행진을 했죠.

그리고 당시 미국은 2번의 오일 쇼크를 겪고,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폴 볼커의 시대가 지속되던 80년대로 흘러갑니다.

당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급격하게 인상해두었던 금리가 급격한 약 +50%의 강달러를 만들어냈고, 이에 따라 수입 물가는 감소하였지만 수입액은 증가하고 수출량이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84년 5월에는 장기금리가 급락하기 시작하고, 84년 8월, 기준금리가 11.75%까지 인상된 후, 유동성이 너무 축소되고 수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더 이상 고금리를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금리를 3달 만에 8%까지 급격하게 인하합니다.

미국은 가장 큰 무역 적자를 기록하던, 그리고 GDP가 어깨까지 추격해온 일본을 죽임과 동시에 NX의 안정을 찾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를 타결되게 만들죠. 그리고 이 사이에는 국제정치적인 내용들이 숨어있습니다.

플라자 합의는 엔화와 마르크화를 절상하자는 것이 결론이었고, 1년 뒤엔 이 두 통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반토막이 나게 됩니다.

이 말인즉슨, 일본의 구매력이 2배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갑자기 1년 만에 미국의 모든 것들이 반값이 되었다면, 엄청난 수입과 부동산, 주식 등의 금융자산 매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수입이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건, 당시 일본의 무역 정책 때문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보호무역에 가까운 보수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었기에,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크지 않았고, 미국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오던 필수재가 많았던 탓에 가격이 상승하여도 수요가 충분히 감소해주지 않아서 한 2년간은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게 일본은 고성장을 1991년까지 이루어냈고, 높아진 구매력이 지속되며 주로 수입보다는 직접적인 금융자산 매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금융자산이 지금의 일본을 있게 합니다.

그러나 89년에 BOJ는 USD/JPY가 역사적 저점인 상황에서 1년 4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2.5%에서 6.0%까지 350bp를 인상합니다.

그리고 그 금리인상은 부메랑이 되어 구매력이 2배 상승함에 따라 형성된 버블이 92년에 터집니다. BOJ는 침체를 직감하고 91년 말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 내의 부동산이었습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만을 반복해오니 무차별적인 대출이 이루어졌고, 경제가 대호황을 달리자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지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95년에 이르러서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였으나, 기준금리가 0%라는 너무 낮은 곳에 위치한 탓에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5년이 또 지나고, 미국이 00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6.0%에서 1년간 1.75%까지 425bp를 인하했고, BOJ는 이 금리를 0.25에서 0.15로, 다시 0으로 인하하여 이 금리가 06년까지 지속되게 됩니다.

그리고 2006년, 일본의 경제가 살아나는 듯하였습니다. 이 영향엔 중국의 역할이 컸습니다. 한국이 08년도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같은 맥락이죠. 이땐 드디어 잃어버린 15년이 끝나는가 싶었죠. 그러나 일본은행은 여기서 다시 찬물을 끼얹습니다. 0.0에서 0.5까지 금리를 인상한 겁니다. 그리고 당시 CPI 전망치는 0%대 중후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08년도에 '그 사건'이 터지고, 다시 금리가 0%로 돌아서죠.

 


일본은 왜 YCC를 하는가?

자민당 때, 그중 후쿠타 야스오가 집권하던 시절 '그 사건'으로 인해 경제가 파탄 나고 민주당으로 평화로이 정권이 넘어갔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힘겹게 얻은 정권을 개트롤을 치며 정책을 싹 다 말아먹고... 2011년에 센다이에 지진이 나면서 쓰나미가 일본을 휩쓸고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버립니다. 그래서 다시 정권은 자민당으로 넘어가죠.

2012년 일본에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아베 신조의 집권입니다 

아베는 집권하자마자 아베노믹스를 표방하며 2013년에 지금의 BOJ 총재인 구로다를 앉혀버립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막대한 재정정책을 펴기 시작하죠. 그리고 4월에는 구로다가 QE를 시작해 버립니다. 그리고 16년 1월에 기준금리를 -0.1%로 인하하고, 9월엔 지금의 QQE + YCC 정책이 완성됩니다.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CPI 2% 달성'

 

이 하나를 위해 일본은 무슨 짓이든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거시경제를 배우신 분은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LM 곡선이 AD 곡선을 만들고, AD-AS의 교차점에서 물가와 성장이 결정됩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많이 풀면 물가가 오릅니다.

그리고 BOJ는 돈을 푸는 '양'도 중요하지만, '질'을 더 중요시합니다. 가장 베스트는 기업의 장기대출이죠. 국채금리를 찍어 눌러서 조달금리를 낮춘 다음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초저금리로 유지시키고,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 대출 매력도를 높여서 신용창조를 극대화하겠다는 거죠.

그러나 일본의 M2 증가율은 처참합니다.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죠. 그리고 통화승수는 더 처참합니다.


YCC에서 왜 벗어나야 하는가?

YCC는 0%에서 +-0.2%를 유지하다가, 팬데믹이 터집니다.

일본은 더 이상 완화할 것이 없어지자 필요할 때 약을 챙겨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에 따라 선진국들 중 가장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이 느린 국가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일본은 팬데믹 이전 레벨로 회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21년 3월, BOJ가 YCC 캡을 5bp 늘린 +-0.25%로 발표하고, QQE의 일부인 ETF 매입액의 '하한'인 6조 엔을 폐지하며 마이너스 금리는 유지하지만 완화의 강도는 낮추는 깜짝 '스텔스 긴축'을 단행합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죠. 만약 FED가 이때 금리인상을 시작했었더라면...

어쨌든 BOJ는 YCC로 현금금리를 -0.1%로, 10년 장기금리를 0.25%로 막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JGBs는 수많은 공격을 받기 시작합니다.

21년 12월 의사록이 까지며 FED의 QT가 발표되고, 3월에 50bp를 인상할 것이라고 시장이 배팅하던 때, 미국의 장기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그리고 묶인 일본의 금리 때문에 이 금리 상승이 곧바로 대미금리차의 상승으로 이어졌죠. 그리고 금리차는 엔의 약세를 만들어냅니다.

금리차와 엔의 가치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QE가 시행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캐리 트레이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란 통상적으로 저금리 국가에서 돈을 빌려서 환전을 하고, 고금리 국가에 투자한 후 다시 환전하여 저금리 국가에 갚는 투자 방식입니다.

저금리는 통화량의 유통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화폐가치의 하락 요인이라는 건 익히 아실 겁니다. 만약 USD/JPY 100에서 1%의 금리로 1,000만 엔을 빌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10만 달러로 환전한 후 달러 채권 등에 투자하여 미국 금리인 5%만큼의 수익을 얻었다고 해봅시다. 1년 뒤, USD/JPY가 110이 되었을 때, 저는 달러 표기 수익률 +5%와 환차익 +10%에 이자비용 -1%를 납부하여 약 +14%의 이익을 보게 됩니다.

상대 국가의 금리가 높을수록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환차익 측면에서도, 표기수익률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이 캐리 트레이드가 일어난다는 것은 엔이 신용창조되고,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매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말인즉슨 캐리 트레이트 자체가 캐리통화의 절하를 유도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의 청산은 캐리통화의 절상을 유도합니다.

이제 정리가 되시나요? 일본은 전 세계 최고의 캐리통화입니다. 같은 마이너스 금리 동지이던 SNB, ECB, RBA가 모두 탈출했고, 일본만이 남겨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한 해를 겪었습니다. 당연히 엔 캐리 트레이드의 포지션은 말도 안 되게 팽창했고, 일본은 극심한 외화유출과 그로 인한 엔화 절하를 겪게 되었죠.

일본이 바라는 바는 2%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달성과 그 과정에서의 기업 대출 증가로 인한 꾸준한 성장동력 확보입니다.

엔화의 절하는 일본이 바라던 바입니다. 그러나 YCC는 금리를 억누를 뿐이지, 기업 대출의 증가를 보장해주진 못합니다. 만약 수요-공급 그래프에서 수요 커브가 너무 수평에 가깝다면 수요 커브를 아무리 우측이동 시켜도 실질적인 수요 증가폭은 그 비용에 비해 미미합니다. 지금 일본이 딱 그 상황이죠.

제가, 그리고 BOJ나 재무성이 예측하는 바가 비슷한데, 엔화 약세가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수출 증가로 인해 일본 경제가 이득이 되는 건 120대 후반부터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135에서 극대화되고, 그 이후부터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지기 시작하여 약 145쯤이 되면 120대만도 못한 역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재무부와 BOJ가 140부터 보유하던 달러를 마구 풀기 시작하며 환율 개입에 나선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의 USD/JPY는 131입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거나 조금 더 높여도 됩니다. 물론 지금은 건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120대 중반까지 하락한다면 미국이 SPR 채우듯 재무성이 달러를 채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급격한 엔약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이 다시 고착화되는 것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이도 결코 좋지 않습니다. 딱 지금 레벨이 적절합니다.

엔이 상방일까 하방일까를 생각해보면 지금 미국 10년물 금리와 재무성 등에 의한 인위적인 수급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미국의 금리가 3.68%인데요, 개인적으로 기준금리를 5.00%까지 인상하고 24년 말에 인하를 시작할 시 10년물 금리를 3.8% 정도로 추정하기에 아무래도 업사이드가 조금 더 크기에 엔의 약세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 이건 미국채 사이드만 볼 때의 경우입니다. 기존의 셈법이라는 것이죠.

BOJ가 YCC 캡을 풀며 셈법이 달라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YCC의 철회를 23년 말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4월의 구로다 퇴임 후 후임의 빌드업이 될 것으로 보았죠.

그래서 이르면 2~4월에 YCC 관련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뷰가 시장에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구로다가 통수를 쳤죠.

저는 처음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YCC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시 일본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지속되고, 자본유출이 심화되는 동시에 무제한 오퍼레이션을 시행해야 하고, 이에 따라 B/S가 상승하며 USD/JPY도 상승하는 역효과가 남.

2. 기시다의 재정정책에는 YCC가 꼭 필요한데, YCC 철회 기대감을 앞당겨서 좋을 것이 없음.

그러나 오후 내내 생각을 좀 해봤는데, 처음 느낀 위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입장입니다.

시장이 2~3월에 움직일 것으로 보기에, BOJ가 빨리 움직여서 통수를 치고 충격요법으로 USDJPY가 이미 시장이 2~3월 반영 중이어서 점진적으로 하락하거나 그대로일걸 급격하게 하락시켰고 타깃으로 안착시켰습니다.

그리고 일본 10년물은 0.5%로 딱 붙어서 유지되기는커녕 장중 내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현재 0.42%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안정적으로 정책을 편 거죠. 환율은 이상적인 레벨로 탈출하고, 금리는 오퍼레이션 필요 없이 캡 내에서 작동하게 놔두고.


위에서 언급했듯 일본이 원하는 인플레이션은 '내재적' 인플레이션입니다. 지금처럼 에너지가 오르고 수입물가가 올라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말고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일본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으로 주로 흘러 들어간다면 그건 디플레만도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통해 30년간 디플레 사회를 겪던 일본 국민들에게 인플레라는 것을 적응시키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포인트가 일본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디플레만을 겪어왔기에, 인플레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액을 늘리는 게 아닌 소비품목의 퀄리티를 낮추는 차선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괜히 일본에서 100엔 샵과 같은 것들이 많은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내재적 인플레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임금이 상승해야 하고, 임금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질 필요가 있는데, 일본의 노동시장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타이트했기 때문에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이것도 디플레로 인해서 생긴 기형적인 모습인 거죠.

 

그래서 저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는데, 아마 이건 한국에서 누가 시행했다가 실패하고 전 세계 경제학자들에게, 지난달까지도 FED의 워킹 페이퍼로 까인 전적이 있어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기시다가 거대한 재정정책 패키지를 준비 중이고, 방해가 없는 자민당 위주의 일본 의회 특성상 이 부분에서도 차질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딱 하나. 기시다의 너무 낮은 지지율입니다. 기시다는 이걸 극복해야 합니다. 불가항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자질이죠. 전 기시다의 정책을 한 명의 이코노미스트로서 적극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통일교 스캔들 등 정치적 난관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BOJ의 목표이자 일본 정부의 목표인 중장기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2% 달성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YCC와 재정정책이 동시에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 BOJ가 기시다의 정책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봄에도 이번에 YCC를 해제한 것은 YCC 철회를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구로다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분명히 그 또한 YCC 철회와 같은 출구전략에 대해 이전에도 스피치에서 몇 번 언급하였고, 며칠 전엔 BOJ 전 거버너인 야마구치가 YCC를 폐기해야 한다는 폭탄 발언을 내뱉으며 BOJ를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스케줄이 유의미하게 당겨질 것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a. 안정적으로 환율이 형성되었기에 타이트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스케줄이 더 미뤄질 가능성

b. 원래대로 23년 말 출구 플랜을 밀고 나갈 가능성

c. 다시 한번 충격요법을 사용하여 YCC를 조기 폐기할 가능성

이 사이에 가장 큰 결정 요인은

1. 기시다의 정책이 원활히 시행되는지, 그래서 그것에 BOJ가 YCC로 협력을 해야 하는지

2. 에너지, JPY에서 큰 외부 인플레 압력이 발생하진 않는지

이 둘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1번의 경우 정치 요소를 보아야 하고, 2번의 경우 에너지도 에너지지만 JPY가 더 중요하다고 보이는데, JPY를 결정짓는 건 타국의 금리입니다. 이제 0.5%로 잡고 타국 금리에서 빼면 되겠죠. 그리고 ECB는 더 높게, FED도 더 높게 간다고 하는 반면, 시장은 23년 인하에 여전히 배팅 중입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기대감이 만약 깨진다면 장기금리의 상승으로 JPY의 절하가 이루어져 YCC 폐기의 매력도가 올라갈 수 있죠.

여기서 핵심은 BOE랑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선택권'이 있고, 그중 자신들에게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을 선택하는 반면에 BOE는 쫒기듯이 강요당한 케이스입니다. 게다가 국채시장의 유동물량도 완전히 다르고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에 캐리 통화이기 때문에 자산시장을 더 크게 흔들 수 있습니다.

오늘 몇몇 여의도 애널들이 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이야기를 좀 봤는데, 솔직히 전혀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단순히 주관적으로 동의를 못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잘못된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일본의 YCC 캡 조정은 결코 무시할 내용이 아닙니다.

근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는 게 초장기물은 YCC 대상이 아니라 그걸 보면 어느 정도 시장의 반응을 알 수 있는데, 20년물의 경우 장중 +13bp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마감은 +4bp에서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서프라이즈로 YCC 캡 제거한 게 별 영향이 없단 뜻... 왜냐면 3월에 할 걸 오늘 했기에 충격요법이 있는 거지 냉정하게 보면 엔화 절상까지 고려하면 초장기물 금리가 별로 안 오른 게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함정이 하나 더 있는 건 오늘 BOJ가 20년물에 대해 무제한 오퍼레이션을 시행했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지금 안 맞는 게 정상입니다. 조만간 이게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부분은 JPY 강세 팩터이니 충분히 130이 깨지는데 일조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1. BOJ에 대한 공격 가능성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하세요. FED랑 BOJ에겐 덤비면 죽습니다. 그런 투기성 전략을 내세울 거면 BTPs를 때리는 게 더 빠르다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 일본은행은 강요받는 곳이 아니라 선택권이 있는 곳입니다.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없진 않겠지만 99.9% 실패한다에 걸겠습니다.


2. FED

캐리 청산으로 시장금리 상승 요인을 줘서 오히려 기준금리 상승은 좀 덜 해도 되는데, 그게 25bp 덜 올릴 수준의 일이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경제엔 영향이 있으나 FED 정책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님.


3. UST

급격한 절상으로 캐리가 청산 기회가 생기며 수많은 자금이 Non-JP에서 JP로 다시 흘러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이 영향의 대부분은 '미국채'가 받습니다. 그래서 전 원래도 미국채 금리는 업사이드를 봤는데, JGBs 초장기물이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글 맨 마지막단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유동성 문제가 생겨서 재무부가 바이백을 할 가능성이 상승하지 않을까라는 말도 있었는데,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고 봅니다.


4. KRW, KTB

다만 KRW는 좀 이야기가 다릅니다. 오늘 IRS 1Y도 10bp 이상 상승했고 국채선물도 190 틱이나 하락했는데 이해가 안 가진 않습니다.

이창용 총재가 상황이 그대로면 350에서 멈춘다고 발언해둬서 375까지 찍어두던 이콘들이 전부 350으로 내렸는데 갑자기 터지면 당황스럽죠. 이게 왜 그러냐면, 일본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경제도 밀접해서 일본의 금리상승이 한국의 금리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주로 경로는 JPY/KRW와 JGBs -> UST -> KTB고요.

그러나 수출액을 고려하면 마냥 한국에 대한 공격은 아닌 게, JPY가 절상되면 원화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상승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좀 고려해야 해요.

전 오늘 국채금리 하락이 비합리적이라고 보진 않지만, 단순히 BOJ의 영향뿐이 아니라 최근 금리 하락세가 조금 과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원래 제가 10월 말~11월 초에 KTB에 대해서 긍정적인 편이었는데, 3.3%대는 바닥권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포지션을 잡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 상승에 배팅할 껀덕지가 잡히면 포지션을 잡을 법도 한데 이벤트까지 터진 데다가 연말에 펀드 수익률 세이브 해야 하는 곳들이 많아서 깔끔하게 손절하는 물량도 좀 있었다고 봅니다.


5. JP Equity

여긴 진짜 초악재. 이게 Japan MSCI P/E 보면 알 수 있는데, 이게 좀 높은 이유가 낮은 할인율 때문임.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YCC였는데 그거에 대한 철회 기대감이 커져버리면 내재할인율이 폭발하면서 밸류에이션이 급락하게 됩니다.

환율 사이드는 긍정적인데, 위에서 말했듯 지금이 딱 이상적인 레벨이라 이 팩터는 순익엔 긍정적이지만 할인율을 이길 정도는 아닙니다.


6. YCC 추가 조정 가능성

위에서 언급한 시나리오 1~3 말고도 추가 조정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봅니다만, 지금 고민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길고 긴 일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출처 : https://t.me/kiki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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