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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옛날 이야기

한겨울에 생고사리를 자라게 한 효성 / 충북 효촌리 시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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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남일면 효촌리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약 4km쯤 가다보면 높이 255m의 나지막한 산을 만날 수 있다. 이 산의 정상이 바로 시루봉인데, 이곳에는 정성이 지극한 효자이 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효촌리에 경연 이라는 사람 이 살고 있었다. 그는 평소 효성이 지극하고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병을 얻게 되었다. 경연은 책을 덮 고 아버지 병구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온산을 뒤져 몸에 좋다는 약초를 캐다 드리고 밤낮없이 아버지 곁에 앉아 시중을 들었다. 그의 지극정성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누가 보아도 회생하지 못할 것 같았던 그의 아버지가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얘야, 잉어를 먹으면 내 병이 나을 것 같 구나." 
경연은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당장 잉어 를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때 는 엄동설한이었다. 바람만이 제 세상을 만 난듯 포효하고 있는 눈 덮인 산야에는 새도 날지 않았고 삼라만상이 모두 얼어붙었는데. 물이라고 괜찮을 리가 없었다. 사람 키 보다도 더 두꺼운 얼음장을 깨는 일은 목숨 을 건 사투와도 같았다. 칼바람에 노출된 손과 얼굴이 얼어 터지면서 피가 흘러도 그 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을 때였다. 마침내 구멍이 하나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잉어 한 마리가 튀어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는 목메인 소리로 울부짖었다. "잉어다. 잉어!" 
경연은 지체없이 집으로 돌아와서 정성스레 잉어탕을 만들어 아버지께 드렸다. 사경 을 헤매던 그의 아버지는 잉어탕을 먹은 후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더니 마침내 완쾌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경연의 효성 이 죽어가던 아버지를 살려냈다고 칭송하였다.

고을의 원이 효자 경연의 이야기를 상소하니 성종 임금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백성이 본받을 만한 효행이라 여겨 임금은 그에게 벼슬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이듬해의 일이었다. 이번에는 경연의 어머니가 노환으로 자리에 눕게 되었다. 지극한 효자 경연은 침식을 잊고 어머니의 병구완을 했지만 좀체 차도를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탁발승이 한 명 찾아왔다. 쌀을 시주하는 경연에게 스님이 말했다. 
"허허. 이 댁에 우환이 깊소이다. 그려. "경연은 탁발승이 공부를 많이 한 큰스님 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습니다, 스님. 저의 모친께서 몸져누 우셨는데, 좋다는 약을 다 구해 드려도 좀 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의 모친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좀 일러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쉽지는 않겠소. 나무관세음보살" 
"어머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끓는 물 속 이라도 들어갔다 오겠습니다." 
"각오가 그러하다니 일러 드리지요. 처사 모친의 병은 생고사리국을 끓여 먹으면 나 을 것이오. 여름이라면 간단한 일인데, 이 추운 겨울에 고사리를 구해야 하니...." 
"어디를 가면 생고사리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산신기도를 한 번 드려 보시오. 정성이 지극하면 부처님의 가피가 답지할 지도 모 르겠소. 나무관세음보살. 그럼, 소승은 이만 갑니다." 
경연은 스님의 말에 따라 발목이 빠지는 백설이 덮여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떡시루 를 내려놓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밥 먹는 것도 잊은채 며칠동안 정성을 드리던 중 하루는 시루가 기울어져 있는 것을 발견 하게 되었다. 시루를 제대로 놓으려고 들었는데, 그 밑에 여리디 여린 고사리가 가득 자라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경연은 생고사리를 뜯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고사리국을 끓여 먹었다. 그러자 스님의 말대로 과연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 사람들은 경연의 효성이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게 했다고 말했지만 경연은 겸손하게 말했다. 
"때마침 시루를 내려 놓았던 곳이 고사리 밭이었고, 시루떡의 훈기를 받아 고사리 순 이 돋아난 것뿐입니다." 
이때부터 경연이 떡시루를 놓았던 산의 이름을 '시루봉'이라 불러 후세까지 그의 효행을 전하도록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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