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심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유행하는 옷이나 음식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보다는 나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사치품을 원할 때도 있다. 소비생활과 맞물려 자주 인용되는 두 심리학 용어에 숨겨진 속마음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는 어떤 아이디어나 신념, 유행이 그것을 수용한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 빨리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어떤 아이디어를 믿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따져보지도 않고 편승한다는 것이다. 영어 관용구인 ‘밴드왜건에 올라탄다’ 는 말에서 시작된 용어다. 밴드왜건은 퍼레이드 행렬의 맨 앞에 나서는 마차를 뜻한다. 지금부터 뭔가 대단한 행렬이 시작될 것임을 사람들에게 일리기 위해 현란한 장식을 하고 요란한 음악을 연주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람들은 그 마차 뒤에 따라오는 행렬보다 이밴드왜건의 요란함에 관심을 가지고 몰려든다. 우리나라 말로는 ‘편승 효과’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이 밴드왜건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유행이 빨리 시작되고 그만큼 빨리 사라진다. 옷이나 신발의 유행뿐만 아니라 음식도 그렇다. 동네 음식점이 1년 사이에 죄다 찜닭가게로 바뀌더니 다시 1년쯤 지나자 불닭가게로 바뀌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11년까지는 30%도 안 되던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단 2년 만에 80%를 넘어 전 세계 1위로 올라선 것도 오로지 스마트폰의 유용성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밴드왜건 효괴에만 의존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인이되면 자신의 모든 선택과 행동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데, 그저 남을 따 라한다면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그래서 밴드왜건 효과는 종종 상품에 대한 묻지 마구매, 정치인에 대한 묻지마 지지와 같이 생각 없이 부화뇌동하는 행동을 뜻한다. 사실 밴드왜건 효과는 인간의 사회적인 본능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주변 사람을 모방하려는 본능적인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본능 덕분에 각자 따로 놀지 않고 한곳에 모여들어 공동체를 만들고 협동하고 공유하며 그 공동체를 키울 수 있었다. 더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도 있듯, 남들의 행동을 참조하는 건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타인을 참조함으로써 우리는 사회적 상식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될 수 있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도 중요하다
흥미롭게도 우리에게는 밴드왜건 효과와는 반대로 오히려 많은 사람이 사용하거나 따르거나 수용한다는 이유로 이를 기피하려는 심리도 존재한다. 미시경제학에서는 이를 ‘스놉 효과(Snob Effect)’라고 부른다. 스놉 효과는 밴드왜건 효과의 정반대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대중적으로 많이 팔린 물건은 그 물건이 많은 사람의 필요를 충족 시켜주는 유용한 것이자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적정한 가격대의 물건이라는 뜻이다. 즉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물건은 소위 가성비가 좋은 상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대중 적인 물건을 기피하려면 결국 같은 가격이라도 실용성이 더 낮거나, 비슷한 기능을 하더라도 훨씬 비싸거나, 혹은 값은 비싸고 실용성은 없는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제품을 보통 ‘사치품’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서 스놉 효과는 사치품 시장을 활성화하는 가장 근본적인 심리다. 남들과는 다른, 주변에서 아무도 소유하지 못한 물건을 소유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의 표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생의 유니폼처럼 인기를 얻었던 모 브랜드의 패딩 점퍼의 경우 거의 모든 중고등학생이 입었는데 그보다 더 비싼 다른 브랜드의 패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 은 스놉 효과의 예라고 할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극한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나 유용할 방한복이 학교와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중고등학생에게 필요할 리 없으며 그보다 훨씬 저렴하고도 방한 성능이 충분한 국산 옷이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패딩 유행은 처음부터 스놉 효과에의한 것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물건은 아무도 구매하지 않는다
요컨대 밴드왜건 효과와 스놉 효과는 인간의 이율배반적인 욕구를 드러낸다. 우리는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욕구(밴드왜건 효과)와 동시에 나만의 고유성을 지키고 싶어 하는 욕구 (스횬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스높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는 정반대 현상- 같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작동한다. 정말로 아무도 시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아무도 믿지 않는 아이디어를 수용하려는 사람은 거의없다. 사치품의 소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값비싼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 제품을 구매하려는 시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게 무엇인지 알고는 있으되 차마 구매할 수는 없는 수준의 사치품 일때 가장 많은 인기를 얻는다.
그래서 대중 브랜드는 끊임없이 고급 제품 라인을 만들어낸다. 약간 더 비싸고 약간 더 희귀한 물건을 내놓음으로써 밴드왜건 효과와 스높 효과의 경계선을 노리는 것이다. 반대로 고급브랜드 에서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프레스티지’제품과 함께, 그런 명성을 공유하는 보급형 명품인 ‘매스티지’ 제품을 개발한다. 역시 스놉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의 경계선을 겨냥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