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사흘 뒤 조 공자와 월랑을 위하여 잔치가 벌어졌다.
정식 혼인식은 아니니 예복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비단옷을 입혔고, 승상 부부에게 큰절로써 인사를 드리고 잔칫상을 대했다.
조 공자도 준수하고, 월랑도 아리따와 보는 사람들은, 마치 천생연분으로 만난 선남 선녀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조공자는 월랑을 맞아 흐믓했지만, 승상댁 하인들은 월랑이 팔자가 좋아서 좋은 자리를 만났다고 부러워했다. 잔치는 정식 축하 모임 못지 않게 흥겹게 진행 되었다.
축하잔치가 끝나고 단둘이 신방에든 꽃다운 부부는 하늘에 오를 것만 같다.
"월랑이, 내가 머나먼 타향에서 이런 기쁨을 맛보다니 사람의 일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야 누가 이런 일을 꿈엔들 생각했을까."
순수하고 감격하기 쉬운 스무살을 바라보는 두 부부는 감개 무량한 것이다.
"서방님, 이상하리요? 첩이 여기 올때에는 죽는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편히 지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비록 종이 되기는 했지만 좋으신 어른들을 만나 재생의 은혜를 입은데다가, 이제는 서방님을 모시게 되었으니 아마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어요."
조 공자가 월랑의 손을 꼭 쥐자, 월랑은 고개만 숙인다.
"인연도 인연이겠지만, 대감과 누님이 허락하셨으니까 될 일이지, 그렇지, 않으면 어디 될 법이나 한 일인가."
"정말로 첩은 어떻게나 가슴이 죄는지 혼났답니다. 대방마님과 서방님께서 이 일을 말씀하실 때 옆방에서 듣고 있었는데, 처음에 대방마님께서 안 된다고 하셔서 그만 눈앞이 캄캄해지던 걸요. 서방님께서 조르셔서 허락이 내릴때 그만 눈물이 주르르 흘렀읍니다. "
월랑은 그때 생각이 나는지 눈물이 글썽한다.
"그렇겠지. 그러나 월랑을 정실로 육례를 갖추어 성례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것이 섭섭한 일이야."
"그건 그렇지만 대방마님의 명령이시니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월랑은 마음을 놓은 것은 아니다. 조 공자가 정실을 맞게 될 날이 올 것 아닌가. 그뒤가 더 큰일이다.
"서방님이 언젠가는 귀국하실 것이 아닙니까. 첩은 그 일이 걱정입니다"
"걱정이라니 ? "
"정실도 아닌네 따라 나설 수가 있읍니까.
"그게 무슨 소리. 우리가 이렇게 된것도 될 일이 아니쟎았는가. 그래도 우리 힘으로 이렇게 되었거든. 내가 귀국하게 되면 또 그때 누님에게 부탁해서 함께 갈것이고 만일 함께 갈수 없다면 내가 아주 여기서 살아버리면 되지 않는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지금의 이들에게는 아닌게 아니라 먼 훗날의 걱정은 실감이 안났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월랑은 조공자의 가슴에 안겨
"첩의 뼈가 으스러져도 아까울 것이 없읍니다. "
고 굳게 사랑을 맹세하였다. 조 공자도 월랑과 헤어진다는 것은 하늘이 두 쪽이 난다고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다짐했다.
그들은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을 계속했다. 그들의 생활은 흔히 말하듯 꿀과도 같이 달기만 했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무상한 것. 그들에게도 시련의 마신이 나타난다.
본래, 원나라는 몽고제국의 제5대 황제 쿠빌라이가 서기 1271년에 수도를 북경으로 옮기고 세운 나라다. 그 후 1279년에 남송을 멸망시키고 중국 전토를 지배했으며, 그 후 일본, 고려, 안남, 버마, 자바, 수마트라 등지에 원정하여 많은 나라를 정복했다. 쿠빌라이는 징기스칸의 손자다.
원나라 초기에는 그힘이 강성하여 감히 대항할 나라가 없었다. 그 원나라도 100년도 안되어 제14대 순제때에는 기울어져 형세가 매우 어지러웠다.
순제는 정치, 재정 문제를 소홀히 하고, 세금을 과중하게 거둬들여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백성들이 굶주리고 사회가 어지러워지니 도적의 무리가 들끓었다. 그중 홍건적은 1351년에 하북에서 한산동을 두목으로 일어나 온갖 약탈질을 하며 고려에도 1359년과 1361년 두 차례 침범한 일이 있다.
명나라 태조 주 원장은 홍건적의 한 무리로 두각을 나타내어 장강 일대를 평정하여 1368년에 남경에서 즉위하고, 국호를 명이라 했다.
주원장은 원나라를 쳐서 몽고의 세력을 몰아내 버린다.
그런 때의 일이다.
주 원장의 부하 장수 서 달이 북경을 치니, 원나라 순제는 홍건적에게 시달리다가 주 원장의 군사까지 맞아 싸우려니 힘에 부쳐 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상도 화림으로 도망갔으나 결국에는 망하고 만다. 그럴 즈음, 탈탈 숭상도 대원수가 되어 진중에 나아가 군사를 지휘하여 서 달의 침략군과 싸우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조 공자는 월랑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곤히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집안이 술렁술렁 했으나 그대로 아무 것도 모르고 밤을 지냈다.
이튿날 아침,
조 공자가 누님에게 아침 인사를 하러 내랑으로 들어가 보니, 누님도 없고 하인들도 없었다.
월랑과 함께 집안 전체를 찾아 헤멨으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자, 이웃집 사람 하나가 뛰어 들어온다.
"서방님,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홍건적이 성 밖에 진을 치고 있답니다. 황제께서는 황족을 이끄시고 간밤에 상도로 떠나시고, 승상부인도 황제께서 부르시어 따라 가셨읍니다. "
조 공자와 월랑은 어이가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승상댁 청지기가 헐레벌떡 밖에서 뛰어 들어온다.
"자네, 어떻게 된 일인가?"
숨이 찬 청지기는 말을 하지 못하고 쓰러진다. 조 공자가 청지기를 붙들면서 말하기를 재촉한다.
"응? 어떻게 됐어?"
"서방님 큰일났읍니다. 도적떼들이 쳐들어와서, 어제 저녁에 황제 폐하 분부가 계셔서, 소인이 대방마님을 모시고 궁중에 갔더니, 궁중에서는 벌써 피난 준비를 마치시고, 대방마님을 그자리에서 수하에 태워 상도로 떠나셨습니다. 소인도 수레 뒤를 따랐읍니다. 그러나, 늙은 몸이 수레를 따라 갈수도 없고, 대방마님께서 뒤돌아 보시며 돌아가라고 손짓을 하시기에 서방님을 돌보아 드리라는 뜻으로 알고 뒤돌아 달러오는 길입니다."
늙은 청지기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조 공자는 사태가 위급함을 깨달았다.
"고맙네. 나 때문에 이토록 애써 주니 은혜를 갚을 길이 막연하이. 그것도 그려려니와 대방마님의 일이 또 걱정이네. 우리 남매가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할 수도 없고 상도는 멀어서 쫓아갈 수도 없고, 좌우간 이러고만 있을수도 없지 않나. 그럴것이 아니라, 상도보다는 고려가 더 가까우니 우리 세 사람이 고려로 가는 것이 좋겠네."
조 공자는 이번 기회에 아주 월랑을 데리고 귀국하려고 했다.
"서방님, 그 말씀이 옳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상도는 멀어서 갈 수도 없고, 말씀 드리기 거북하오나, 상도로 가신다 해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월랑도 귀가 솔깃했다. 아주 고려로 가 버리는 것이 자기 일신상에도 좋을 것 같았다.
"상도까지 간다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고 도적떼는 가까이 와 있으니 곧 고려로 떠나시도록 하십시오."
월랑도 찬성 한다.
조공자는 청지기에게 말 세필을 준비하라고 했다.
월랑은 행장을 챙겼다. 그런데, 청지기는 말 세 필을 구하지 못하고 두 필만 끌고 왔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말 한 필에 조공자와 월랑이 타고 다른 한필에는 짐을 싣고 청지기가 탄다.
일행은 북경을 떠나 고려를 향하여 위험한 길을 동쪽으로 떠났다. 이일행의 앞길은 무사할 것인지.
조용한 세상에는 젊은 내외가 말 한필을 타고 길을 가면 이상한 눈길을 모을 텐데, 도적이 들끓는 난세에 무사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뿐만아니라 하루 이틀에 갈수있는 거리가 아니다. 열흘은 더 걸린다. 그나마 조심해서 가려니 무턱대고 달릴수도 없다.
도중에서 값진 물건을 좀도둑들에게 뺏기기도 하고 도둑을 피하여 객사에서 며칠씩 묵기도 한 것은 말할것도 없다.
청지기는 일행이 여러 가지 고난을 겪을 것을 미리부터 짐작하였으나, 자기가 죽고 사는 문제보다도 조 공자의 신변이 나날이 위험해지는 것을 깨닫고 아찔해졌다.
충직한 청지기는 자기를 잊고 조공자가 하루속히 고려 국경을 넘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궁리했다.
"서방님,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 일이오나 아시다시피 가져온 재물도 다 없어지고, 이제는 아씨까지 뺏기지 않으리라고 장담을 못하게 됐읍니다.필경 아씨 때문에 서방님까지 위태하게 될 것입니다. 아씨를 아끼시다가 세 목숨이 다 부지되지 못할 것이니, 아씨를 떼어 놓으셔서 세 사람의 목숨을 다 보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청지기의 말은 당돌하다. 아니 청지기가 덜덜 떨고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청지기도 차마 할 짓이 아닌 것이다.
조 공자는 청지기의 충정을 이해하고 평소에 믿는 터라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네 말이 그럴 듯 하네마는 어찌 아씨를 떼놓을 수가 있나, 차라리 북경에 떼어 놓고 옴만 못하지."
조 공자는 월랑의 손을 잡는다. 월랑은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다. 사태의 위급함을 모른체 할 수 없었다.
"서방님, 청지기의 말이 옳습니다. 첩때문에 서방님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는지, 서방님을 떨어져서는 살수 없는 몸. 아니 서방님께 모든 것을 바친 몸이니 오직 서방님의 처분만 기다릴 따름입니다."
월랑으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떨어질수도 없고 조공자는 청지기에게 사정하는 투다.
"우리 생명도 중하지마는 이 험한 산중에 이사람을 어떻게 떼어 놓는단 말인가. 죽으면 같이 죽었지 차마 할짓이 아니네. 우리 모두 갈수 있는데까지 가 보세나."
"소인이 어찌 그 사정을 모르겠읍니까? 소인도 가슴이 아파 차마 말씀을 드릴수 없는 것을, 귀하신 서방님을 돌봐 드리지 못하면, 대방마님께서 소인을 보내신 뜻을 받들지 못하는 것이므로 이같이 간절히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청지기는 눈물을 흘린다. 월랑도 울고 청지기도 울고 조 공자는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아무런 방법이 없다. 월랑은 영리한 여자였다. 얼굴을 쳐들고 조공자를 목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서방님, 첩은 여기서 떨어지기로 결심했읍니다. 서방님의 장래가 구만리 같은데, 아녀자 하나로 앞길을 막을수는 없읍니다. 이렇게 결심하니 도리어 기쁩니다. 서방님을 위하는 길이 첩의 소원입니다."
"무슨 쓸데없는 말을. 여기서 떨어지다니 날더러 그때를 이곳에 두고 가란 말인가."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 도리가 없다. 울어도 소용없고 땅을 쳐도 소용없고 하늘을 원망해도 소영없다. 언제 도적떼가 들이 닥칠지 모른다.
결국은 월랑은 남고, 조 공자와 청지기는 길을 떠나기로 했다.
조 공자의 발걸음은(말이 발걸음이지 말을 탔으니까 말걸음이겠지) 무겁고 더뎠다. 돌아다 보느라고 나아가지 못한다. 몇십리 못 가서 객사에 머무르게 되었다.
떠나오고 보니까 자기가 한짓이 암만 생각해도 잘못인 것 같다. 대장부가 아녀자를 버리다니. 아니 그보다도 벌써 월랑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월랑이 죽다니 안 될 말이다.
"여보게, 안 되겠네. 도로 가세. 아씨를 두고는 못 가겠네."
이 말을 들은 청지기는 펄쩍 뛴다.
"서방님, 무슨 말씀입니까? 안 됩니다. 정 그러시다면 소인이 달려가서 아씨를 모시고 오겠읍니다. 서방님께서는 한걸음이라도 국경 쪽으로 가셔야지 되돌아 가셔서는 안 됩니다."
청지기의 말이 옳기는 하나, 사실은 처음부터 청지기가 없었더라면 어떻제 되었을까? 아마 죽으나 사나 조 공자와 월랑은 떨어지지 않고 국경을 넘었든지 못 넘었든지 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벌써 이 글은 끝났을 것을 청지기 때문에 이야기는 계속된 것이다.
조 공자는 사리의 분별이 흐려졌다. 청지기가 월랑을 데려 오겠다는 바람에 그만 혹하고 말았다.
"그럼, 자네가 어서가서 아씨를 모셔 오게."
이렇게 된 것이다. 조 공자는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청지기는 아씨와 헤어진 자리를 향해 달려 간다.
그곳에는 월랑이 없었다. 이게 웬일인가 갈 데도 없을 텐데.
실망한 청지기는 여기저기 찹아 헤메다가 낭떠러지기 아래를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무엇이 보인다. 여자다. 꼼짝않는다. 죽었다. 월랑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이다.
청지기는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가서 통곡을 했으나 월랑은 살아나지 않는다. 청지기는 자기의 한 짓을 뉘우쳤다. 뉘우쳐도 소용없다.
청지기는 시체를 그대로 버려 두고 갈 수가 없어서 간단한 무덤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 월랑의 팔다리를 모으려 하자 팔에서 번쩍 빛나는 것이 있다. 팥찌다. 조 공자가 혼인 기념으로 월랑에게 준 것이다.
청지기는 팔찌를 빼어 간직하고, 월랑의 시체를 묻은 다음, 외로운 혼의 명복을 빌며 울며 떠날줄을 모르다가 조 공자 생각이 나자 벌떡 일어났다.
객사로 돌아온 청지기는 말이 없다. 풀이 죽어 있다.
혼자 돌아온 청지기를 보자 조공자는 불길한 예감에 싸여
"어찌 되였는가?"
하고 캐어 묻는다.
청지기는 대답할 말을 몰랐다. 무어라고 말을 한단 말인가. 기가 막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꿀 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가만히만 있을 수도 없다.
청지기의 입에서는 뜻하지 않은 말이 흘러 나왔다.
"서방님, 이련 변이 있읍니까. 소인이 우리가 헤어진 자리에 가 본즉 아씨는 소인을 본체만체하고 어느 놈하고 술판을 벌여놓고 흥겹게 놀고 있었읍니다. 소인은 더러워 침을 탁 뱉어 주고 되돌아 와 버렸읍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에이......."
"아니, 여보게, 그게 무슨 말인가."
"서방님, 그럴 수가 없읍니다. 서방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금방 그럴 수가 있읍니까."
조 공자는 능청스러운 청지기의 거짓말에 그만 속아 넘어간다.
"사람의 속은 모를 일이다. 계집의 마음은 믿을 것이 못 된다더니......."
조 공자는 싹 돌아 앉는다. 그도 남자다. 애를 태우고 가슴 죈 일을 후회하고 떨어 버린다.
조 공자와 청지기는 여러 날을 달려 압록강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얼마나 그리고 그리던 내 나라인가. 압록강을 건넜으니 서두를 것 없다.
도적떼가 없는 나라 고려에 왔으니, 마음 놓고 쉬어 가자.
언덕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며 앉아 쉰다. 잠깐 월랑의 모습이 머리를 스친다. 한숨이 나온다. 꿈만 같다 그럴 수가...
그런데.
청지기가 일어서더니 조 공자 앞에 꿇어 엎드린다.
"서방님, 소인을 죽여 줍시오. 소인이 죽일 놈입니다. 아씨에 대한 말씀은 소인이 꾸민 거짓말입니다."
청지기는 사실대로 자초지종을 말하고 나서 엉엉 운다. 울면서 가져온 팔찌를 조 공자 앞에 내놓는다.
조공자는 이야기를 다듣고 팔찌를 집어들자, 선비의 체면도 아랑곳 없이 그자리에 쓰러져 한참 동안 통곡을 한다. 울음을 그친 조공자는 제 정신으로 돌아와 몸을 일으켜 반듯이 앉더니,
"여보게, 지난 일을 어찌 하나. 다 운명일세. 아씨가 죽었기에 우리가 무사히 국경을 넘은 것이 아닌가. 너무 상심 말게. 자네의 충정에 감사하네. 그리고 우리를 살려 보낸 아씨의 영혼을 위로하여 명복이나 빌세."
하고 조 공자는 새삼스럽게 눈물을 흘린다.
"월랑이 ! 내가 잘못이야. 월랑을 버리다니. 내가 잘못이야......."
마치 월랑이 옆에 있기라도 한 듯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며 명복을 빌었다.
애 끓는 슬픔.
조 공자는 팔찌를 월랑 대신 몸에 항상 지니고 생을 마쳤다 한다.
그는 고려의 벼슬을 지내다가 이 태조를 도와 개국 공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