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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옛날 이야기

산의 전설 - 강화 화개산 문무정(文武井)

 

경기도 강화군 교동면 고구리에 있는 화개산에는 문무정이라는 두 개의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동쪽 산기슭에 있는 우물을 문정, 서쪽 산기슭에 있는 우물을 무정이라 불렀는데, 그 두 개의 우물에서 솟아 나오는 맑고 깨끗한 물이 어떻게나 맛이 있었던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장꾼처럼 줄을 이었다고 한다.
문무정에서 나온 물은 시내를 이루어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다. 우물물이 솟기 시작하면서 놀랍게도 교동에서는 문·무관이 속출하여 많은 인재를 조정으로 내어 보낼수가 있었는데,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문무정의 은덕 때문이었다고들 하였다. 그런데 문관과 무관의 배출 인원수와 두 우물의 수량에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로세. 문정의 물이 넘치면 문관이 많이 나오고 무정의 물이 넉넉하게 솟으면 무관의 수가 늘어나니 마치 신령님의 조화 같으이』
『허지만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네.』
『문무정 때문에 말인가?』
『그렇대도.』
두 우물에서 솟아 오른 물빛이 멀리 바다 건너 송가도에 까지 비쳤는데 이 빛을 받은 섬의 부녀자들이 바람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창피한 문제를 놓고 상의를 하였다.
『그 참 교동 화개산 우물 때문에 우리 송가도 섬이 망해 버리겠네.』
『왜 아닌가. 화개산 문무정만 아니었어도 우리 섬 부녀자들이 그리될 턱이 있겠나.』
『그럼 어찌한다?』
『뭐, 이러구 저러고 할 것 있나. 당장 청장년들을 뽑아 교통으로 보내어서 빛이 나오는 그 우물을 메워버릴 수밖에.』
『옳지 메워버리게들.』
화개산 우물이 있는 교동 쪽 사람들도 송가도 사람들의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뚜렷한 이유로 문무정을 메우겠다는 데는 찬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화개산에서는 연일 문무정 메우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문무정은 쉽사리 메워지지 앓았다.
『이상한 일이구먼. 메워도 메워도 우물물이 더 용솟음치기만 할 뿐이니 말야.』
『이렇게 솟다가 언젠가는 막히는 날이 있겠지. 일을 중단하지 말게들.』
허사였다. 달리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섬 사람들은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때마침 문무정 옆으로 지나던 노승이 섬사람들의「우물 메우기」현장을 보고 다가왔다.
『허허헛.』
노승은 자기 혼자 껄껄 웃으면서 사람들 쪽을 건너다보았다.
『어째서 웃으시는 거요.』
젊은이 한사람이 퉁명스럽게 내쏘았다.
『그 우물을 메우려고 그 고생들인가?』
『그렇소.』
『소금 몇포만몇 포만 있으면 될 걸 가지고 공연한 생고생들을 하는구먼』노승의 말인즉슨, 소금 몇 포만 묻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소금 몇 포로? 』하고 모두 의아해하였으나 노승의 말대로 소금을 가져다 묻어 보았다. 그랬더니 과연 문무정은 곧 묻혀 버렸고 송가도 부녀자들의 바람기도 아주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교동에서 변이 일어났는데, 그렇게 많은 인재가 배출되던 교동에서 문무의 높은 벼슬아치들은 아주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가도에서는 한 노승의 지혜로 자기 섬의 풍기를 바로 잡게 된 것이 고마워 사당을 지어 노승을 추모했다. 하지만 오늘날 사당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문무정이 마르게 된 또 하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오고 있다.
교동에 사는 한 여인이 문무정 일대의 자연경관을 이야기 듣고 마음이 설레였다.
『경치가 그렇게두 좋다는데…』그녀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문무정 구경을 떠나 보기로 하였다.
혼자서 가는 구경이라 되도록 이웃에는 알리지 않고 눈치를 보아가며 문무정엘 다녀 왔다.
호기심 많은 여인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래 문무정 경치는 여전합니까?』
『…』
『이즈음에도 사람들이 줄을 대어 구경을 오더노?』
『…』
『아따, 구경 한 번 잘하고 왔다구 으스대는 거요?』
『…』
이런말 저런 말로 물어보아도 여인은 싱글싱글 웃기만 할 뿐 이렇다는 말이 없었다.
『아-니 이 여편네가 샘물을 잘못 먹고 왔나 왜 미친 여자처럼 웃기만 하누? 』
『우헤헤헷! 』
그녀는 실제로 미쳐 버린 것이었다.
두 번째로 구경을 다녀온 여인도 미치고…일은 참으로 맹랑하게 돌아갔다.
어느 날, 노승이 이 산 아랫마을을 지나면서 시주를 구했다.
마을에 사는 한 가난한 노파가 노승을 반갑게 맞아들이어 극진한 대우를 하였다. 노승은 노파의 집을 떠나면서 혼잣말 소리로 중얼거렸다.
『머지않은 날에 이 마을에 괴변이 생기리』
그 말을 들은 노파는 노승 앞을 가로막고 물었다.
『스님. 우리 마을에 변이 생긴다고요? 』
『그렇소.』
『아이구 이를 어쩌나. 스님. 그 변이 무슨 변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 그 변을 물리칠 수 있는지요? 예? 이 늙은이한테만 가르쳐 주세요.』
노승은 하는 수 없이『문무정을 메우시오. 문무정을 메우면 아무 탈이 없으리라.』
한마디를 남겨 두고 사라져 갔다. 다음 날,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문무정 메우는 일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메워도 문무정은 메워지지를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일하던 손을 멈추고 맥없이 먼산만 바라보았다. 이 때 전날의 그 노승이 다시 나타났다.
『장풍으로 발을 엮어서 우물을 덮고 메우시오.』
『장풍으로? 이번에두 헛물만 켜는 게 아니오?』
『어디 해보기나 하시지요.』
마을 사람들은 심드렁한 기분이면서도 노승의 말대로 우물을 메워나갔다.
우물이 거지반 다 에워졌을 때였다.
『으흐흐흐홍』
어디선가 말우는 소리가 산을 뒤흔들더니 우물 속에서 용마 한 마리가 뛰쳐나와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문무정은 아주 물줄기가 말라 버렸다는 것이다.

 

-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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