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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고전) - 천하장사 (상)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나이 열두살 때 임진왜란을 만나 여섯살난 동생을 등에 업고 산중으로 피난하여 3년 동안이나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던 길천소년은 왜군이 물러가매 고향으로 돌아와 사촌형네 집에 몸을 의지하게 되었다. 남길천은 나이 스무살에 접어들자 기운이 장정 수십명을 능히 당할만 하고 또 몸이 날래어 주로 활과 철퇴를 가지고 산중으로 다니며 사냥을 하다가 짐승가죽을 팔아 그 돈으로 어린 동생을 서당에 보내는 한편 저녁으로는 열심히 병서를 익히고 낮이면 산으로 올라가 여러가지 무예를 연마했다. 스물네살이 되매 앉은자리에서 한말 술을 마시고 고기 열근을 먹으며 활을 쏘면 빚나가는 법이 없다. 어느해 초겨울, 길천은 곰의 가죽으로 만든 벙거지를 쓰고 50근 짜리 철퇴를 차고 활을 메고 철원 보가산으로 사냥을.. 2018. 7. 3.
옛 이야기(고전) - 사슴 낭자 공자-용수는 고려 조정에서 상장군과 시중 벼슬을 겹쳐 지낸 세도가 쟁쟁한 최정승의 아들이었다. 그러한 가문의 귀공자인 만큼 문장에도 능할 뿐 아니라 소년 무사로서도 손색이 없는 편이며 더우기 그 부귀의 기상과 사치함이며 호협한 행동이 온갖 기예와 오락에 이르기까지 능하지 않은 바가 없었다. 그러한 중 또 사냥을 즐겨하는 그는 어느해 가을엔가도 서울(개성)서 약 백리밖 되는 산으로 사냥을 나갔었다. 창을 들고 말을 타고 단신으로 사냥을 나간 용수는 맑게 개인 하늘을 등지고 천붕만학이라 할 장산 골짜기를 종일토록 헤메어 다녔다. 그러나 짐승의 그림자란 구경할 수조차 없다가 붉은 낙조가 저녁 산비탈을 물들일 무렵에서야 건너면 절벽서 굴 밖으로 뒤쳐 달아나는 한 마리의 사슴을 발견했다. 그는 세차게 말을 휘몰며.. 2018. 7. 1.
옛 이야기(고전) - 다시 찾은 애첩 옛날부터 글 잘하는 사람은 궁하다는 말이 있거니와 한익도 그 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익은 옛날 중국의 문장가로서 풍부한 시재를 가지고 문장대가의 말을 들으면서도 젊어서 한 때는 몹시 곤궁하게 지냈다. 그래서 과거에 오르기 전까지는 일개 초라한 서생으로 불우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한익에게는 단 하나인 지기의 벗 이씨가 있었다. 이씨는 재산이 거부요 성질이 호협해서 돈을 아끼지 않고 사람의 재주를 아껴주는 사람이었다. 이씨에게는 사랑하는 첩 유씨가 있었다. 얼굴이 절색이요, 노래 잘하고 춤 잘추고 시도 지었다. 이씨는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 별장을 지어 놓고 거기서 유씨와 더불어 세월을 보내며 한익의 재주를 사랑하여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시를 읊곤 했다 나중에는 서로 만나기에 편케 하기 위해서 .. 2018. 6. 30.
옛 이야기(고전) - 노파의 충고 때는 신라 제22대 지증왕 때 일이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지증왕은 시골의 마을을 돌았다. 누렇게 익은 황금물결의 벼이삭을 보면서 민정을 시찰한다는 것은 임금의 재미나는 행사에 속하는 그것이었다. 아! 이 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이여! 어느 임금이나 민정을 시찰하러 나오면 한 바탕 탄식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이다. 그리고 그 뒤 미처 오는 탄성은 이 나라의 풍년을 노래하는 그것이었다. 시화년풍은 이 강산이 좋은 시절을 노래하는 그것이다. 지증왕이 민정을 시찰하여 돌아 나온 곳이 날기군이었다. 지존의 상감마다가 이 고을에 오시었다! 백성들은 어쩌다가 한번 오시는 임금님의 발자취를 무한한 영광으로 알았다.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느니 만큼 백성도 임금을 우러러 뵙기가 소원이었다. 한적하던 마을은 갑자기.. 2018. 6. 29.
옛 이야기(고전) - 지네의 앙갚음 잠에서 깨어난 부인 유씨는 옆에 누워있는 남편의 얼굴을 들여보다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나으리 얼굴에 박힌 그 붉은 점이 없어요」 「무엇이라고?」 남편인 김생은 소스라치듯 벌떡 일어나자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괴이하게도 양미간에 있던 붉은 점이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지 두달 후 「여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부인이 부끄러운 듯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무엇이 이상하단 말이요」 「밥맛이 없고 하는 것을 보니 잉태한 것 같아요」 과연 열 달이 되자 옥동자를 분만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부인이 아들을 낳자 김생의 표정은 오히려 아내와는 정반대로 우울한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아내의 몸 풀은 날짜가.. 2018. 6. 28.
옛 이야기(고전) - 새옹지마 연산조 초엽 어느해 가을이었다. 청운의 큰 뜻을 품고 부지런히 학업을 닦기에 여념이 없던 김안국은 이날 밤도 역시 사랑에서 불을 켜지 않은 채 교교한 달빛 아래에 또렷또렷이 비치는 책장을 넘겨가며 홀로이 명랑한 음성으로 글을 낭독하고 있었다. 옥반에 구슬을 굴리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였건만 어느 대목에서는 마치 지금의 폭군(연산군)을 저주하는 원성과도 같았고 어느 글귀에 가서는 흡사히 이 세상을 고소하는 야유와도 같았으며 그리고 어느 구절에 이르러서는 꼭 백성들을 동경하는 호곡과도 같았다. 그같은 원성, 그같은 야유 그리고 그같은 호곡이 때로는 폭포 내리 쏟듯 때로는 냇물 구비치듯 높게 모질게 그리고 우렁차게 월광을 따라 사면으로 퍼져 나갔다. 이때였다. 서늘한 바람을 타고 은은히 흘러오는 글 소리에 평소.. 2018. 6. 27.
옛 이야기(고전) - 천하일색 임진왜란 때 이야기다. 파죽지세로 몰려드는 왜병들로 인해 의주까지 피난을 가게 된 선조대왕은이 위급한 사태를 명나라에 알리고 구원병을 청하게 되었다. 이에 명나라에서는 이여송을 제독으로 한 구원병을 보내 주었는데 이 여송이란 자는 성격이 오만불손하고 횡포무쌍한 자로서 생사지탈권까지 겸하고 있어 심히 다루기 힘든자였다. 그런데 이 여송의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선 때는 이미 왜병들이 평양성을 점령하고 있는지 오랜 때였고 이순신 장군의 활약으로 본국으로부터 와야 할 보급 물자는 모조리 바닷물에 고사를 지내고 있던 형편인지라 전의를 상실하고 있는 판인데 별안간 명나라의 대군이 쳐들어 온다는 바람에 왜장 소서행장은 부득이 군대를 해주 방면으로 철수시키게 되었다. 이런 관계로 이여송의 군대는 왜병과 얼마 싸우지도 .. 2018. 6. 26.
옛 이야기(고전) - 원효대사 요석공주는 신라의 태종 무열왕의 마님이다. 무열왕의 이름은 김춘추이며 그의 아내는 김유신 장군의 누이동생 문명부인이다. 보름달처럼 둥그스럼한 얼굴에 눈이 가느스름하면서도 영롱히 빛나는 요석공주의 이름은 아유타이다. 아유타는 화랑도의 한 사람인 건진랑에게 시집간지 사흘만에 과부가 되어 친정에 돌아와 지냈다. 아직 나이도 젊으려니와 그녀는 명랑한 성품에 음성이 매우 고왔다. 그러한 아유타는 아무도 모르게 누구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으니 그는 곧 원효대사였다. . 헌데 이 원효대사를 은근히 사모하고 있는 사람은 아유타 뿐이 아니라 나라의 지존이신 선덕여왕도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선덕여왕은 어느 비오는 날 조용한 자리에서 원효대사를 만났다. 그곳에는 아유다가 혼자 여왕을 모시고 있었다. 왕은 아유타를 이윽히.. 2018. 6. 25.
옛 이야기(고전) - 효녀 홍장 이 이야기의 주인공 처녀는 심청전에는 심청인 대신 여기는 원홍장이요. 심청의 아버지는 심학규인 대신 홍장의 아버지는 원량이요, 원량의 고향은 충청도 대흥인 것이 서로 다르다. 충청도 대흥이라는 곳이 원량이라는 장님이 있었다. 원량은 일찍 아내를 여의고 그 외에 한 사람의 친척도 없이 외로이 살아가는데 다만 조그마한 딸 하나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홍장이었다. 홍장은 나이 비록 어렸으나 눈 어두운 아버지를 지성으로 봉양하였다. 헌데 홍장은 얼굴이 절색이어서 사람마다 탐을 냈다. 어느 날 홍장의 아버지 원 봉사가 문밖을 나서 어디로 가던 중에 진에서 한 중을 만나니, 그는 홍법사 화주승, 즉 돈 얻으러 다니는 중으로 이름은 성공이라 하였다. 성공은 원봉사를 만나 고개를 깊이 숙여 절하며, 「여보시오, 당신과 .. 2018. 6. 24.
옛 이야기(고전) - 어사와 김진사 정 만석은 젊어서 일찍 전라도 어사가 되어 여러 고을을 돌아다니는 중에 어느 한 곳에 이르러 주막에서 하룻밤을 지내는디 곁에 모여 앉온 농부들이 말을 주고받는 것을 듣게 되었다. 『여보게, 대관절 그 김진사란 사람이 어디서 온 사람인가?』 『글세 말여,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더군.』 『그 양반 따라 다니는 부사들도 얼만지 모를 정돌세.』 『아 돈도 무지무지 많은가 본데.』 『글세 그 돈이 웬건지 수상쩍기도 해.』 『매번 보면 어디로 몰려갔다가 한번씩 지나서 돌아 올 적에는 수백냥씩 싣고 오데.』 『그래서 모두 도깨비 같다는 둥, 무슨 도둑의 괴수라는 둥 하잖는가베.』 어사는 한쪽 구석에 누워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진사란 사람이 이상스런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 2018. 6. 23.
옛 이야기(고전) - 10년 맹세 진주 땅,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다. 머슴살이를 하는 고유는 하루종일 농사를 짓다가 해가 지자 주인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처녀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함께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총각 고유는 같은 마을에 살고있던 김좌수의 외딸을 몰래 사모하고 있었던 터였다. 오늘도 고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혼자 싱글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고유 혼자의 생각일 뿐 내색조차 못해 보았다. 『어느 좋은 때 슬그머니 통혼이나 한번 해봐야겠는데…···』 이러한 생각에 골목하며 김좌수네 문 앞을 지나고 있던 고유는 열띤 눈으로 김좌수의 싸리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혹 고개라도 내밀고 이편을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임은 말하나 마나다. 김좌수는 마침 마당에 앉아 장기릍 두.. 2018. 6. 22.
옛 이야기(고전) - 일구월심 눌지왕은 신라 제19대 왕으로 즉위한지 이미 오랬으나 항상 마음이 불안한 것은 아우인 미사흔이 일본에 볼모(인질)로 가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눌지왕 자신이 왕위에 오르고 보니 제일 먼저 마음에 걸리고 괴로운 일은 이렇게 외국에 볼모로 가있는 아우를 빨리 본국으로 데려다가 다같이 궐내에 모여 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왕은 군신회의를 열고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빨리 성사할 수 있을까의 문제를 논의한바 있었다. 다만 백관들의 입에서는 『사신을 일본으로 보내서 인교의 의를 맺는 것이 좋을 줄로 아웁니다.』 하고 안을 내는가 하면 『공물이라도 바쳐서 일본의 기분을 먼저 사두었다가 다음 기회에 왕제님을 모셔오도록 하는 것이 상책인줄 아옵니다.』 등등의 소견을 내세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왕은 이런 .. 2018. 6. 21.
옛 이야기(고전) - 명마 이조 15대 광해군에게는 많은 후궁들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와 옹주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 중에 정윤이라는 부마가 있었는데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특히나 명마를 고르는 안목이 비상했다. 어떤 말이든 그가 한번 보고 좋고 나쁜 점을 지적하면 틀린 점이 없이 척척 들어맞힐 정도로 귀신같은 눈을 지녔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가 성궁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그의 뒤에서부터 말의 편자소리가 나기에 뒤를 돌아다보니 비쩍 마른 말이 조그마한 짐수레에 짐을 잔뜩 싣고 비실비실 하며 힘없이 정윤이의 앞을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길을 비켜섰던 그는 무심코 그 말의 하는 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은 축 늘어졌고 등뼈는 올라가 붙었으며 비루먹은 털은 군데군데 엉성하게 빠져서 그 몰골은 추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정윤은 이 말.. 2018. 6. 20.
보석을 통해 알아보는 심리, 그림으로 보는 감정 상태 확인해보세요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돌의 힘을 믿었습니다. 지구 깊숙히 숨어있어 자연과 연결됩니다. 아마도 당신의 욕망을 보여줄 수 있을뿐 아니라 미래를 예언 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그래서 가장 깊은 비밀을 밝힐 수 있다고 믿는 이유 일 것입니다. 이제 심호흡을하고 보석을 선택하십시오. 1. 진주 당신은 강한 자부심과 품위가 있고 영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은 겸손한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2. 루비 당신의 성격은 열정적이며, 강렬하며, 생기 가득합니다. 3. 다이아몬드 당신은 강하고, 단호하며, 자랑스럽습니다 4. 블루토파즈 당신은 차분하고 사색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생의 조용한 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5. 페리도트 활기 차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당신의 명랑함과 기쁨은 당신의 가장 강력한 힘입.. 2018. 6. 19.
옛 이야기(고전) - 신방이변 김시해라는 사람은 이조 때 과거에 장원하여 예조판서까지 지낸 사람이다. 나이 열 여덟에 비로소 장가를 들어 처갓집에서 삼일을 치르기 되었다. 그런데 삼일째 되는 날이 마침 음력정월 보름이었으므로 다리를 밟으며 달구경을 하며 소요하다가 공교롭기도 한 글방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고금을 막론하고 새로 결혼한 사람에게 한턱 울겨 먹으려고 하는 것은 오백년 이래로 전해 내려오는 풍속이라, 그날 밤에도 시해 소년 역시 장난꾸러기 친구들에게 붙들려서 어느 술집에 들어 술을 한턱 사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밤이 상당히 으슥해지도록 술들을 마신 끝에 모두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제각기 집이 돌아갔다. 그러나 시해 소년은 먹지도 못하는 술을 친구들 강권에 못 이겨 지나치게 받아 마신 터이라 휘청대는 다리를 간신히 .. 2018. 6. 18.
옛 이야기(고전) - 어사 박문수 암행어사 박문수가 과거에 급제하기 전 팔도강산을 두루 유람했을 적 청년시절에 몸소 체험한 이야기 중의 한 토막이다. 경상도 양산통도사에서 책을 읽으며 한 겨울을 지내던 박문수는, 추위가 가셔지고 각색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여 종달새 소리 한가롭게 들려오는 춘삼월을 맞게되자, 공연히 가슴이 설레이고 엉덩이에 좀이 쑤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어느 따스한 날을 가려 개나리 봇짐을 해서 짊어지고는 경상도 땅을 두루 돌아다니던 끝에 문경 땅으로 들어섰다. 문경 새재가 험하고 높다기에 한번 들러본 것이었다. 험준하고 첩첩한 산골길을 온종일 걷다가 어느덧 저녁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어느 산골짜기에 있는 외딴집 한 채를 발견하고는 기뻐 문을 두드렸더니 십 칠팔 세쯤 되는 소년이 문을 열어주었다.. 2018. 6. 17.
옛 이야기(고전) - 남장 공주 세조가 등극한 지 얼마 안된 후의 일이다. 아직도 햇살이 따가운 초가을 어느 날 충청도 계룡산 산길을 석양을 등에 지고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두 나그네가 있었다. 묵묵히 땅만 내려다보고 걷고 있는 그들의 발걸음은 천근이나 무거워 보였다. 짚신 감발에 홀가분한 차림새이건만 등에 지고 가는 개나리 짐의 무게일까? 아니면 먼길을 줄창 걸어오느라 발이 부르터서일까? 앞서 가는 젊은 나그네는 거의 발을 끌다시피 옮겨 놓는 것이었다. 뒤따라가는 중년객도 눈에 띠이게 두발을 절뚝거리고 있었다. 「아유! 이젠 더 못 가겠소. 여기서 좀 쉬어가요.」 앞서 가던 젊은이가 큰 노송나무 밑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뒤따르던 중년객은 얼른 자기 봇짐을 내려놓고, 젊은이 등에 있는 조그만 보따리를 공손히 .. 2018. 6. 16.
옛 이야기(고전) - 왕손을불 압록강 건너편 고구려―. 가람촌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마을에 스러져 가는 저녁 노을을 받고 들어서는 젊은 사람 하나가 있었다. 약간 길쭉한 얼굴에 피부는 희고 걸음걸이는 점잖았다. 머리에는 구멍난 갓을 쓰고 있으며, 입고 있는 옷은 때로 인해 시커멓다. 행색은 행색이지만 나그네이면서 수중에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은 빈털털이인 것을 보면 분명히 그 무엇인가 곡절이 있는 사람인듯 했다. 허나 스스로 말하는 법 없고 어느 누구 묻는사람도 없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보시요. 말씀 좀 물읍시다.』 그는 길가 느티나무아래에서 손자아이를 어르면서 앉아 있는 어느 노인에게 말을 건냈다. 노인이 고개를 돌리고 눈길을 주자『이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집이 어느 집이 온지요?』 하고 젊은이는 물었다. 노인은 .. 2018. 6. 15.
옛 이야기(고전) - 서령낭자 신라 문무왕 시대에 의상조사는 자장 율사, 원효대사와 더불어 큰 별처럼 삼대 거승(삼대거승)의 한분으로서, 불교 대도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더욱 더 불교의 대진리를 탐구득도하기 위하여 멀리 당나라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한없이 가던 중 그만 몸에 신열이 나서 객지에 드러눕게 되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요 수천 리 길을 쉬지 않고 강행하다 보니 중간에 그러한 신병이 날만도 하다. 도착한곳은 소주 땅이요, 머무른 곳은 길가에서 손님을 받는 조그마한 객주 집이었다. 그렇지만 집이 넉넉지 못해 열여덟살 모령의 처녀가 나이 많은 사모님을 모시고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의상대사는 이러한 집에 드러누워서 꿍꿍 앓게 되니 수천리 타국 남의 땅에서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다행한 것은 그 집 처.. 2018. 6. 14.
옛 이야기(고전) - 이성계의 음모 위화도 회군의 성공은 벌써 고려조의 망국을 알리는 말이다. 우왕은 이성계의 세력에 눌리어 얼마 후 퇴위 당하고 다시 누구를 왕으로 세우느냐 할 때 조민수는 우왕의 아들 창을 내세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성계는 이때부터 왕을 자기 다음대로 누르려고 하여 자기편에서 가까운 사람을 내세우려고 하였다. 당시는 아직도 구신들의 세력이 남아있어 이성계의 힘을 견제하려고 하였다. 여기서 당대의 명유 목온 이색의 의견을 듣기로 하였다. 목은은 벌써 국세가 기울어진 것을 생각하였으나 역시 창을 내세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였다. 『왕을 계승시키려면 응당 전왕의 아들이 계승되는 것이 원칙이요』 목은이 말하자 조민수도 여기에 찬성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이성계이다. 그는 조민수를 보고 『우리가 회군.. 2018. 6. 13.
옛 이야기(고전) - 임금님의 유흥 고려의 성시도 예종 때부터 내려오기 시작하였으며 인종 때는 왕이 우유부단하여 일을 결단지게 처리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이자겸, 묘청의 반란 등이 있어 왕도 이것을 어찌하지 못하였으며 단안도 내리지 못하였다. 그래도 고려의 문물은 이때가 절정으로 발달되어 의종이 24년간 호유하여도 국가의 정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동안 백년 내려오며 싸놓은 선왕의 덕택이라고 할 것이다. 의종은 일종의 풍류남아로서 경박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귀공자의 타잎이었다. 그러므로 태자로 있을 때부터 인종이 항상 걱정하였다. 인종의 왕비 임태후도 태자의 경박을 싫어하여 차자를 왕으로 내세우려고 한 일까지 있었다. 이러한 사건은 사실상 의종의 반항적인 심리를 자극시켜 일로 유흥의 길로 박차를 가한 셈이 됐다. 왕의 유흥은 사실 예종 때.. 2018. 6. 12.
옛 이야기(고전) - 공민왕의 비애(하) 한번 세상맛을 본 신돈은 이번에는 정식으로 부인을 얻을 생각을 하였다. 당시 문벌이 좋다는 이경상의 처 김씨를 보고자 그의 집에 불렀다. 김씨는 응하여 들어왔다. 세상을 강박하게 본 까닭에 처음부터 『부인 들으니 요새 과부가 되었다 하는데 나하고 같이 살면 어떠하오』 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갔다. 『무슨 말씀이요. 세상이 아무리 혼돈하다 하여도 문벌 있는 집안에서는 쉽사리 재가하지 않소.』 『홀로 무척 적적하지 않소.』 『우리 남편은 살아있을 때 남의 계집이나 유녀 같은 것은 평생에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이요. 그러한 남편이 죽자 개가하다니 말이 되오.』 『쓸데없는 고집을.』 신돈은 음흉한 눈으로 여자를 흘겨보았다. 『도첨의께서 나에게 손을 대시면 나는 자살할 생각이요.』 말을 마치자 그 자리에서 머리를 .. 2018. 6. 11.
옛 이야기(고전) - 공민왕의 비애(상) 고려의 왕실은 충목, 충경 등 어린 두 임금이 재위하였으므로 영신(왜신)들이 득세하여 어지러워졌다. 이때 충숙왕의 왕비인 덕비의 소생인 공민왕이 서게 되었다. 왕은 일찍부터 원나라에 들어가 몽고의 풍속도 알았고 또 그들의 내부적인 부패도 알았다. 한창 고려의 정치가 문란할 때 공민왕은 원나라 황실의 근친인 위왕의 딸 노국공주를 상하여 원나라 황실과도 가까워져 무난히 고려의 왕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노국공주는 왕과 같이 들어와 왕의 정치를 도와주었다. 이때쯤은 원나라 자체도 정치적으로 무기력하여 중원 각 지방에서 동란이 심해졌다. 왕은 귀국하면서 변발을 없애고 전날 고려식으로 머리를 위로 올렸다. 왕은 본국의 권신이 많은 것을 보고 우선 기황후의 친족과 그 일파를 없애고 다시 쌍성총관부를 고려 외 영토로 .. 2018. 6. 10.
옛 이야기(고전) - 사부리 싸움(상) 경상도방어사 조경과 별장 정기룡은 의명대장 장지현과 군사를 합세하여 추풍령 앞 사부리에서 왜병을 막아냈다. 정기룡은 조방어사 앞에 단정히 서서 대답한다.「왜적이 우리나라를 침략해 들어오려고 생각한 것은 하루 이틀에 시작한 일이 아니라 여러 해를 두고 짜논 일이옵고, 저놈의 군사는 날쌔고 훈련이 되었는데 우리나라 군사는 승평세월에 아무런 단련도 되지 않은 오합지졸이니 백명 군사로 백명 적병을 당해 내기가 어려운 판인데, 장차 적병은 수십만명이라는 호대한 군사가 되고 보니 임전대결하기는 아직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기병을 써서 출기불의로 적병의 날쌘 기운을 이곳저곳에서 꺾어 버린다면 적병은 차츰차츰 정신이 산란해질 것이라 이 틈을 타서 다시 적병을 무찔러 버린다면 우리는 큰 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 .. 2018. 6. 9.
옛 이야기(고전) - 아랑낭자의 영혼 앞이 확트인 영남루 언덕위에서 쳐다보는 초생달의 아련함이 아랑 낭자는 심호흡을 하고 섰다. 강을 타고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함께 4월의 초생달 빛이 교교히 그녀의 피부에 와 닿고 있었으며 달빛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벌써 여러해 전의 일인 것만 같다. 초저녁 무렵 유모가 느닷없이 영남루에 달구경 가자고 꾈 때만해도 한가위도 아닌데 달은 무슨 달구경이냐고 별로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따라왔는데 달을 본 순간 그녀는 잘 왔다고 희열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다. 강 건너 절이서는 초파일 연등제 준비가 한창인 듯 횃불이 환하게 타오르고있는 것 말고는 온 주위가 적막이 싸여 있기만 하다. 요즘처럼 울적한 나날은 이처럼 초생달빛이 차라리 적격이겠다고 아랑낭자는 생각하던 참이다. 벌써 수십.. 2018. 6. 8.
옛 이야기(고전) - 명당자리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을 한 사나이가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다. 그는 최씨라는 풍수지리에 능통한 풍수사였다. 풍수사였기 때문에 갑자기 돌아가신 선친의 무덤을 아무데나 쓸 수는 없었다. 어디엔가 있을 소위 명당 자리를 찾아 벌써 며칠을 이렇게 산 속을 헤매고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당을 찾기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터득한 풍수지리설을 가지고도 그렇게 쉽사리는 명당자리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힘없이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을어지 오래였다. 「오늘도 허사였구나」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운명한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을 선친의 시신을 생각하니 초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한 생각 같아선 아무데나 모실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그의 풍수사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집으.. 2018. 6. 7.
옛 이야기(고전) - 기상바우 아지랑이 너울너울 춤추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지금 이름하여 기상바우에 아릿답고 날렵한 몸매에 연분홍 조고리마 홍치마의 여인과 중절 모자를 쓴 중년신사가 기상바우에 오르고 있었다. 여인의 표정은 굳게 굳어있었다. 「옥매야 오늘은 웬일이냐 이렇게 산책을 다하자고 하니‥」 「·········」 「오늘따라 너의 옷맵시가 아름답기 이를데 없구나」 「··················」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기에 내말을 못듣고 있지? 옥매야! 나는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 허허··」 아무 대꾸도 없이 듣고만 있던 옥매 이윽고 조용한 어조로 「사사끼 어른 죽어도 한이 없다 하신 말 정녕 정말이십니까」 「허허‥·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더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 2018. 6. 6.
옛 이야기(고전) - 처녀의 원혼 한창 고구려의 충신들이 역적으로 몰려서 하루아침에 일가족이 몰살당하거나 삼족이 멸족되는 일이 수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역적으로 몰러 참살당하게 된 충신들 중에 이맹술이 끼여 있었다 이맹술은 원래 고구려 선대왕 때부터 충신으로 판서의 관직에 있던 대감이었으나, 왕건이 나라를 세우게 되어 절개를 굽히지 않고 이군불사라면서 한사코 버티었다. 왕건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당장에 죽이라고 엄명을 내렸다. "그리고 그 삼대 일족을 어린아이건 계집이건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몰살토록 하라! 추호의 사정을 두는 자는 살아 남지 못하리라!" 이러한 어명이 떨어지자 군사들은 일제히 이맹술의 집으로 달려갔다. 군졸들은 백여 간이 넘는 이 대감의 집에 불을 지르고, 남자들은 물론이고 그 권속 노비까지 모조리 참하.. 2018. 6. 2.
옛 이야기(고전) - 초립동이 장원 경상도 밀양에 김구겸이란 젊고 패기가 넘친 신임부사가 임명 되어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예능이 비범한 재질이 있어 일찍부터 세간에 평판이 대단한 자이었다. 19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처음으로 배명받은 곳이 바로 밀양 부사 자리였다. 부사는 부임하자마자 백일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각 고을마다 방을 부쳐 널리 알리도록 했다. 그는 이렇게 하여 숨은 인재를 가러대서 새로운 시정을 베풀어 온 나라에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낡고 잔재주를 부리는 권모술수 또는 부정관리들을 일소하고 새로운 인재를 백일장을 통해 등용시키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의 방이 나 붙자 세상에 숨어살던 선비들은 속속 밀양 망으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백일장은 전국에서 뜻있는 선비들로 하여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해마마 열리는 .. 2018. 5. 31.
옛 이야기(고전) - 길순이의 기적 무섭게 찌는 삼복 더워도 한풀 꺾인 듯 싶은 9월의 일이다. "생선사려 생선이요." 초라한 무명 치마저고리를 걸치고 목이 휘어질 정도의 생선 괴짝을 인 복스럽게 생긴 처녀의 외치는 소리다. "에구 저 불쌍한 것" 우물에서 빨래를 하는 동네 아낙네가 중얼거리다가 일어섰다. "이봐 처녀 생선 한 마리만 줘." 아무래도 그냥 보내기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처녀의 이름은 길순이라고 했다. 늙은 부모와 어린 동생 네 식구만의 생활이지만 그럭저럭 오손도손 살아 온 길순네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가 중병으로 누워 버리면서 우리 동네 부자 집에 가서 양곡을 꾸어다 먹게 되었던 것이다. 몃 마지기 남의 논을 부쳐먹고 살아오던 길순네 집은 아버지가 덜컥하니 누워버리자 농사를 때마춰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러자 논 주인은 다른 .. 2018. 5. 30.